일생을 무계획으로 닥치는 대로 살아왔다. 공부를 하라니 하는 시늉을 했고 취직을 하라니 월급루팡으로 젊음을 태웠다. 결혼을 하자니 다들 하는데 묻고 가! 저질러버렸고 어느새 두 딸을 두었다. 무엇하나 나의 계획은 아니었다. 시간과 상황이 굼뜬 나를 일으키고 떠밀었을 뿐.
그렇게 무계획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마흔이 되었다. 여전히 세일러 카라옷을 좋아하고 후드티와 찢청을 즐겨 입는데 타인의 눈에는 나잇값 못하는 젊어 보이려 애쓰는 아줌마로 보이려나.
칠순 노인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란 소리에 콧방귀를 뀌었는데 신체 나이만 먹을 뿐. 나는 여전히 이십 대의 사상과 사고를 가진채 어른을 흉내 내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거창한 계획은 없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의심하고 고뇌하던 이십 대를 지나 현실에 순응하며 결혼, 출산, 육아로 꽉 채운 삼십 대를 넘어 마흔이 되면 답을 찾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재능이 의심스럽고 육아 또한 진행 중이며 의무만 넘치는 결혼 생활도 관두지 못한 채 이어가고 있다.
병히는 대표이사가 되고 두 딸은 어여쁘게 자라나는데 나는 나이만 먹었다. 이룬 게 하나도 없는 전업주부이자 만년 작가 지망생 생활은 언제쯤 청산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