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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Dec 04. 2023

직업이 그렇게 중요해요?

  우리 둘째 딸도 언니를 따라 1월에 영어유치원에 입학을 한다. 유독 이곳 원장이 특이한 건지 그렇게 부모 직업이 전문직인 아이들을 편애하는데 첫째 때도 무시하는 게 느껴져 불쾌했는데 다행히 똘똘한 원이가 의사댁, 변호사댁 자제만큼 적응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 내 기가 활짝 살았다.

  이번에도 둘째 입학원서에 부모 직업란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 나는 전업주부, 병히는 좀 고민하다 영업직이라고 써서 냈다. 이게 화근이었나. 내 문자에 바로바로 꼬박꼬박 답을 주던 원장이 이틀째 답장이 없다. 나는 병히 앞에서 내가 의사가 아니라 무시당했다고 부들거리다가 긴 생각 끝에 말을 이었다.

"나.. 장의사라도 될까 봐. 내가 될 수 있는 의사는 그게 유일해. 물론 장의사도 공부하고 배울게 많지만."

병히는 내게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미친놈이 됐다고. 네가 퍽이나 시신을 다루겠다고 혀를 끌끌 찼다.

 

 개드립으론 서울대감인데.... 나는 왜 돈 안되고 직업도 학벌도 안 되는 재주만 있는지 참으로 아쉽다.

  의사 참 대단하고 존경받아 마땅하죠. 전업주부도 대단하고 존경받아 마땅하거든요. 원장님, 제가 언제 원비 한번 밀린 적 있나요??


교육열이 대치동 다음 수성구란다. 가뜩이나 더운 곳인데 뜨거운 곳에서 살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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