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 딸도 언니를 따라 1월에 영어유치원에 입학을 한다. 유독 이곳 원장이 특이한 건지 그렇게 부모 직업이 전문직인 아이들을 편애하는데 첫째 때도 무시하는 게 느껴져 불쾌했는데 다행히 똘똘한 원이가 의사댁, 변호사댁 자제만큼 적응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 내 기가 활짝 살았다.
이번에도 둘째 입학원서에 부모 직업란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 나는 전업주부, 병히는 좀 고민하다 영업직이라고 써서 냈다. 이게 화근이었나. 내 문자에 바로바로 꼬박꼬박 답을 주던 원장이 이틀째 답장이 없다. 나는 병히 앞에서 내가 의사가 아니라 무시당했다고 부들거리다가 긴 생각 끝에 말을 이었다.
"나.. 장의사라도 될까 봐. 내가 될 수 있는 의사는 그게 유일해. 물론 장의사도 공부하고 배울게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