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살찌는 이유
결혼하면 살찐다.
혼자서는 귀찮아서 곧잘 거르던 끼니도 둘이라면 챙겨 먹게 된다.
있던 반찬 꺼내서 대충 먹던 자취때와는 다르게 반듯이 차려 먹이는 즐거움이 생긴다.
왜냐면, 맛있게 먹어주니까.
그 맛에 이것도 해 먹이고 저것도 해 먹이고... 그러다 살찌고.
우리는 안 찌겠지? 택도 없는 소리 말라!
사실 결혼하면 살이 찌는 진짜 이유는 행복해서다.
인간이란 살만하다- 느낄 때야 비로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존재라 마음에 시름이 쌓이면 입맛이 뚝 떨어지고 식욕도 싹 사라져 살이 쪽쪽 빠지지. (대표적인 예로 이별 다이어트가 있다.)
그러나 마음이 다시 평온해지면 그제야 먹고 싶던 음식도 생각나고, 이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 느끼게 된다.
신혼이란, 싸우지만 않는다면 항상 달달한 그것.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심야영화에 야식으로 치킨에 맥주 한 잔 같이 기울일 사람이 옆에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니까 그럼 우린 뭐가 되는 거야? 행복한 돼지.
하지만 살쪄도 행복하다.
왜냐면, 신혼이니까.
넉넉한 마음만큼 푸짐해져 가는 몸이다.
이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 모를 굴레에 빠져 맛있게 신혼밥상을 해치운 지 4개월째.
돌연 어젯밤 짝꿍은 다이어트를 선언한다.
왜냐면, 내가 살찐 것 같다고 놀렸거든.
본인은 아니라고 박박 우겨보지만 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집에 체중계가 없으니 재보진 못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분명 쪘다.
나 취업 전까진 짝꿍 혼자 돈 벌어오니 밥이라도 궁색하게 먹이고 싶지 않아 끼니마다 여러 반찬 해 먹였고.
취업 후엔 나 없어도 잘 챙겨 먹으라고 냉동실 꽉꽉 아이스크림 채워놔, 냉장고 꽉꽉 밥과 반찬 채워놔.
그러면 한두 개 꺼내먹던 아이스크림이, 또 한두 입 더 먹던 김치볶음밥이… 모이고 모여 옆구리에 붙어 우리는 행복한 돼지가 된 거다. (돼지까진 아니고 한 3kg 정도 증량했다.)
꺼내먹은 건 짝꿍인데 왜 ‘우리’가 돼지가 됐냐 하면, 내 쪽은 취업 후 삼세시끼 나오는 회사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매 끼니 챙겨 먹다 보니 그리됐다.
할 수 없군, 다이어트다!
예식 100일도 안 남은 예비신부, 신랑에게 다이어트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
당분간은 절제하고 풀 뜯어먹으며 살아보련다.
엊그제부턴 밥도 정량보다 적게 반공기만 담고 있다.
드라마대신 운동영상을 틀어놓고 열심히 흔들어 제끼기도 하고. 후.
이제 곧 저녁 먹을 시간.
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니까 (국룰) 오늘은 치킨 시켜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