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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Jan 30. 2024

ep16. 다이어트

결혼하면 살찌는 이유

결혼하면 살찐다.

혼자서는 귀찮아서 곧잘 거르던 끼니도 둘이라면 챙겨 먹게 된다.

있던 반찬 꺼내서 대충 먹던 자취때와는 다르게 반듯이 차려 먹이는 즐거움이 생긴다.

왜냐면, 맛있게 먹어주니까.

그 맛에 이것도 해 먹이고 저것도 해 먹이고... 그러다 살찌고.


우리는 안 찌겠지? 택도 없는 소리 말라!

사실 결혼하면 살이 찌는 진짜 이유는 행복해서다.

인간이란 살만하다- 느낄 때야 비로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존재라 마음에 시름이 쌓이면 입맛이 뚝 떨어지고 식욕도 싹 사라져 살이 쪽쪽 빠지지. (대표적인 예로 이별 다이어트가 있다.)

그러나 마음이 다시 평온해지면 그제야 먹고 싶던 음식도 생각나고, 이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 느끼게 된다.


신혼이란, 싸우지만 않는다면 항상 달달한 그것.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심야영화에 야식으로 치킨에 맥주 한 잔 같이 기울일 사람이 옆에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니까 그럼 우린 뭐가 되는 거야? 행복한 돼지.

하지만 살쪄도 행복하다.

왜냐면, 신혼이니까.

넉넉한 마음만큼 푸짐해져 가는 몸이다.


이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 모를 굴레에 빠져 맛있게 신혼밥상을 해치운 지 4개월째.

돌연 어젯밤 짝꿍은 다이어트를 선언한다.

왜냐면, 내가 살찐 것 같다고 놀렸거든.


본인은 아니라고 박박 우겨보지만 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집에 체중계가 없으니 재보진 못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분명 쪘다.


나 취업 전까진 짝꿍 혼자 돈 벌어오니 밥이라도 궁색하게 먹이고 싶지 않아 끼니마다 여러 반찬 해 먹였고.

취업 후엔 나 없어도 잘 챙겨 먹으라고 냉동실 꽉꽉 아이스크림 채워놔, 냉장고 꽉꽉 밥과 반찬 채워놔.

그러면 한두 개 꺼내먹던 아이스크림이, 또 한두 입 더 먹던 김치볶음밥이… 모이고 모여 옆구리에 붙어 우리는 행복한 돼지가 된 거다. (돼지까진 아니고 한 3kg 정도 증량했다.)

꺼내먹은 건 짝꿍인데 왜 ‘우리’가 돼지가 됐냐 하면, 내 쪽은 취업 후 삼세시끼 나오는 회사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매 끼니 챙겨 먹다 보니 그리됐다.


할 수 없군, 다이어트다!

예식 100일도 안 남은 예비신부, 신랑에게 다이어트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

당분간은 절제하고 풀 뜯어먹으며 살아보련다.

엊그제부턴 밥도 정량보다 적게 반공기만 담고 있다.

드라마대신 운동영상을 틀어놓고 열심히 흔들어 제끼기도 하고. 후.


이제 곧 저녁 먹을 시간.

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니까 (국룰) 오늘은 치킨 시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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