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겨울, 그리고 새해

by 소담

(‘겨울과 연말결산’ 주제 글로 업로드되었던 본 글을 ‘겨울과 새해‘ 글로 변경하고

‘겨울과 연말결산’ 글은 새로운 내용을 업로드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어제 보았던 태양도 새롭게 느껴진다.

지난해를 고이 접어두고 맞이하는 새해의 아침빛은 조금 더 반갑고, 조금 더 경이롭게 다가온다.


내가 해마다 이 시기에 하는 일은 단순하다. 새해 목표 세우기.

거창한 결심을 한다기보단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를 씨실과 날실로 잘 직조하는 정도다. 흩어지기 쉬운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두는 일. 내 새해는 그렇게 조용히 나를 다듬어 가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일곱 가지 키워드를 꺼낸다.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하고 싶은 것, 꿈을 위한 준비, 20년 후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 유지하고 싶은 루틴, 그리고 버킷리스트.

너무 많으면 마음이 흐려지고, 너무 적으면 중요한 걸 놓친다. 일곱은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다.


가장 앞줄에는 늘 건강을 적는다.

나답게 살려면 몸이 먼저 버텨줘야 하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온다. 물 많이 마시기, 여섯 시간 이상 잠 자기 같은 아주 사소한 약속들. 그리고 나에게 친절히 대하기, 주변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기 같은 다짐들.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나를 옥죄지 않게 보듬어 줄 정도다.


‘유지하고 싶은 루틴’에는 아침 명상이 있다.

잠이 덜 깬 채로 시작해도 몇 분만 지나면 숨이 고르게 정리되고, 하루가 조금 천천히 펼쳐진다. 나는 그 속도감이 좋다. 서두르지 않고도 괜찮다는 신호를 받는 느낌이라서.


‘하고 싶은 것’과 ‘꿈을 위한 준비’도 빼놓지 않는다.

아들과 책을 출간해보고 싶고, 혼자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다. 특히 ‘아들과 책’은 그가 “나도 엄마가 만든 책을 선물로 받고 싶어”라고 말했던 순간부터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 아직 시작하지 못했기에, 새해 계획 속에서 더 또렷하게 적는다. 언젠가 꼭 해내고 싶어서.


‘20년 후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장 많이 채우는 칸이다.

바른 자세, 1일 1팩, 양질의 독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고마워할 거라는 믿음으로 적는다. 1일 1팩은 두 해를 넘겼다. 365일을 완벽히 채우진 못해도, 대부분의 날을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내 편이 된다.


마지막은 늘 버킷리스트다.

오로라 보러 가기, 혼자 해외여행 가기, 그리고 엄마 작품 전시회 열어드리기. 이 칸은 ‘소망’이라기보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 같다.


특히 엄마의 전시회는 엄마와의 약속이다.

“아흔이 되면 전시회 해야 하니까 그전엔 죽지도 못해.” 내가 농담처럼 말하면, 엄마는 웃으며 “어쩔 수 없이 즐겁게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받는다. 그 대답 하나에 나는 매년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실 아직 올해 계획을 꼼꼼히 세우진 못했다.

그래도 곧 도서관에서 딸과 마주 앉아 한 줄씩 다시 적어 내려갈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 머릿속 짐이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키지 못한 날이 있으면 마음이 찔리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막막함보다는 낫다. 적어도 나는 내 방향을 알고, 천천히 그쪽으로 걷고 있으니까.


새해 계획은 내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근사하게 정렬하는 과정이다.

천천히, 나의 속도로.

태양은 늘 같은 자리에서 떠오르지만, 그 빛을 맞는 나는 매년 조금씩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다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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