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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Nov 15. 2023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던 사회 초년생의 신데렐라 스토리


누구나 '사회 초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사회 초년생 생활 역시도 실수투성이에, 과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무장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소위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나의 직장생활은, 또X이거나 혹은 열등감으로 가득 찬 상사, 책임 떠넘기는 선배 등 이런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채로운 폭탄들을 만나면서 예상과는 달리 점점 다이내믹한 직장생활을 나도 모르게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은 과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이 회사를 내가 일으킬 것 같은 패기(?)를 보여줬었던 애송이 시절 내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더 몰입하면서 감상했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원제는 'Morning Glory'이다. 아침 생방송 프로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아침 프로그램의 성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화는 조그만 지역방송국에서 조연출로 일하고 있는 베키(레이철 맥아담스)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동료의 귀띔으로 책임 프로듀서로 승진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베키는 한껏 부풀어 오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료들과 "네 할게요"라는 문구가 쓰인 단체티를 맞춰 입기에 이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명문대 MBA출신 경력직 PD에 밀려 해고당하고, 일자리를 구하던 중에 규모가 꽤 있는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PD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직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베키는 이곳이 곧 지옥임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 멋대로인 중년 여성 MC에다, 변태(?) 성향이 있는 남자 MC, 거기에다 통제가 안 되는 제멋대로의 스태프들,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이런 지옥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베키는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려보려고 안달복달하고, 한편으로는 상사에게 목표 시청률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MC를 구하기 위한 제작비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온갖 노력을 한 베키는 스토커처럼 사냥터까지 찾아가 설득한 끝에 전설의 뉴스앵커 마이크 포머로이(해리슨 포드)를 MC로 섭외하게 된다.



하지만, 마이크 포머로이는 왕년에 퓰리처 상을 몇 번이나 탄 거물이었지만, 이제는 늙어서 소위 '꼰대'로 취급받고 있는 즉, 방송사 입장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처음에는 자존심을 내세워서 베키와 으르렁 거리는 캐릭터이지만, 나중에는 생방송으로 '주지사 비리'와 같은 대형특종을 터뜨리면서, 아침 프로그램 성공의 1등 공신이 된다. 그리고 베키 역시도 NBC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면접까지 보지만, 결국에는 본인이 애정을 갖고 살린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하며 영화는 유쾌하게 막을 내린다.




영화 속 베키의 노력들을 보면서, 사회초년생 시절의 내가 생각났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여러 회사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이상하거나 혹은 고마웠던 사람들 말이다.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어떻게든 '나'라는 존재를 이 회사에서 증명해 보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 회사에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거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던 그 시절이 기억났다.



그래서인지 베키가 인간관계 때문에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며, 회사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일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이고, 그렇기에 좋은 상사나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베키는 극 중에서 명문대 출신의 핸섬가이와 사내연애도 한다. 헤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사내연애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공감이 썩 되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 친구가 사내에 있으면 회사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주지사 특종을 터트린 후, 마이크 포머로이와 베키와의 대화를 통해 워커홀릭의 최후(?)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일에만 모두 다 젊음과 에너지를 쏟아부어봤자, 가족들의 외면과 외로움만이 남는다'라는 대사였다. 굉장히 공감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3류대 출신의 지역 방송국 출신의 PD가 대형 방송국 NBC에 스카우트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지만, 물론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 친구는 덤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며, 이직을 몇 번 해본 내 경험에 의하면, 사실 그러한 해피엔딩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때론 여느 영화나 소설보다 더 냉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다소 지나칠정도의 휴머니즘과 재미 한 스푼 그리고 실수투성이의 사회 초년생의 기억을 아련하게 되살리고 싶다면, 이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을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고상하게 커피를 마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싶다 @imdb





함께 들으면 좋은 팟캐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WLbcO0PFiZA&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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