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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Dec 13. 2023

[영화]인 디 에어(Up in the Air)

피상적인 것들로 본질적인 것들을 채울 수 있을까

제목도 인 디 에어, 공항 탑승장을 배경으로 캐리어를 앞에 두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항공 소재 영화인가 싶었다.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가 해고(?) 전문가 및 동기부여가로 나오는데, 아마 미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다 보니 이러한 직업 설정도 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 


극 중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뭐든 가벼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소위 타인과의 진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극도로 꺼린다. 그의 유일한 인생목표는 전 세계 6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천만 마일리지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도 출장을 다니면서 마일리지 적립하는 것에 매우 집중하며, 자신의 마일리지로 항공사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는 인물이다. 

덤으로, 우연히 출장지에서 만난 알렌스 고란과 가벼운 섹스 파트너 관계로 시작해서, 극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철학과는 다르게 깊은 관계로 빠져버리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라이언 빙햄에게 시련 아닌 시련이 닥치게 되는데, 아이비리그 대학(코넬대) 출신의 신입 직원(나탈리키너)의 제안 때문이다. 나탈리는 현재 물리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비용절감 및 효율향상을 위해 비대면 해고 시스템을 제안한다. 해고에 대한 비용 및 이후의 과정이 고민이었던 회사는 신입사원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며, 라이언 빙햄에게 신입사원에 대한 해고 교육 및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베타 테스트 시행을 맡긴다. 


새파랗게 어린 신입직원의 당돌한 제안 때문에 라이언은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신입에게 허술한 시스템과 애송이 같은 너의 경력으로는 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렇게 불편한 신입직원과의 출장업무가 시작되고, 라이언은 처음에는 신입을 상당히 경계했으나(?) 같이 출장을 다니고 생활하면서, 나름 순수한 신입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삼촌의 마음으로 격려해 주면서 업무를 가르쳐준다. 


삼촌의 눈빛으로 신입을 바라보고 있는 라이언 빙햄 @다음영화


그 과정에서 신입사원이 화려한 학벌을 뒤로하고, 사실상 결혼할 줄 알았던 남자친구를 따라 촌구석으로 와서 일자리를 잡았지만,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만의 완벽한 인생계획을 라이언과 알렌스 앞에서 이야기를 하며, 하소연을 하게 되고, 서로 위로를 해주면서 꽤 돈독한 사이가 된다.


이러한 계기 때문인 건지, 라이언은 일하느라 그동안 무심했었던 가족들, 처음엔 가벼운 관계였지만 이제는 꽤 깊은 관계가 된 알렌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그들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어색하지만 여동생의 결혼식 파티에서 꾸밀 사진도 찍고, 알렌스에게 여동생 결혼식에 같이 참석하자고 제안한다. 다소 낯선(?)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간만의 회포를 풀면서 가족 간의 따뜻함 그리고 유대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알렌스와의 관계도 더 깊어져서, 이제는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동기부여가로서 유명해질 수 있는 강연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알렌스가 있는 시카고로 주저 없이 떠난다. 하지만, 알렌스는 유부녀였고, 라이언에게 '넌 밥이 아니라 가끔 당기는 라면 같은 존재'라며 선을 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허탈함과 배신감으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출장을 다니며, 해고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가 꿈에 그리던 천만 마일리지 클럽의 7번째 회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기내에서 듣게 된다. 최고의 베테랑 기장이 자리에 와서 직접 은색 카드를 건네며, 축하인사를 건네지만, 생각보다 감흥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는 목숨보다도 아끼던 그 마일리지를 돈이 없어서 신혼여행을 못 가는 여동생 부부에게 양도하려고 한다. 이때, 사장이 들어와 신입직원인 나탈리가 자신이 해고한 직원 중 한 사람이 실제 자살한 충격으로 사표를 냈다고 전하며,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중단되었으니 네가 원래 하던 업무 방식대로 돌아갈 거라고 통보하며 그의 사무실을 나간다. 


이후 나탈리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의 면접을 보게 되고, 이때 라이언이 써 준 추천서(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멘트인 "이 사람을 뽑지 않으면 당신은 미친 사람 혹은 바보다") 덕분에 합격을 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라이언은 공항의 항공 스케줄판을 보고 웃음 지으며 다소 열린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이 영화에 대한 한 줄평은 "본질적인 것들을 피상적인 것들로 채울 수 없다는 점이다." 


극 중 라이언이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자신의 커리어(해고 및 동기부여 전문가)와 쌓여가는 마일리지, 항공사의 천만 마일리지 클럽 그리고 가볍지만 쾌락적인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그리고 생각보다 성취 혹은 쾌락의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 피상적인 것들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그토록 바라던 천만 마일리지의 회원이 되었지만,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으로 인한 우울한 감정이 지배하는 라이언의 얼굴이다. 그리고 나탈리 역시 자신만의 완벽한 가족계획(?) 때문에 남자친구를 따라왔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음에 좌절하면서 방황한다. 결국, 그녀도 남들에게 보이는 피상적인 것들에 집착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라는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 사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인데도 말이다. 


앞서 언급한 피상적인 것들로 본질적인 것들(연인 간의 진실한 사랑, 나만의 인생에 대한 신념 및 가치관, 가족 간의 사랑 및 유대)을 채우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서 본질적인 면들에 집중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식 그리고 내 주변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서, 삶의 방식 및 커리어를 선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해고할 때, 몇몇 직원의 모습들이 나오는데, 실제 해고 당한 직원들의 영상을 삽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적으로 이입이 잘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저런 상황이 닥쳤더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가정을 해보기도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냉혹함 그리고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노래 제목처럼 무한경쟁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약간의 휴머니즘과 코미디를 한 스푼씩 넣은 영화이다. 인생의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도 힘 내!"라고 위로해 주는 따뜻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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