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것' 이 인생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학창 시절, 매년마다 '장래희망'이라는 것을 적어서 선생님께 제출한 기억이 난다. 어려서부터 나의 꿈은 계속 바뀌어왔지만, 단 한 번도 ' 회사원'이라고 적어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바라본 현실은 그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갖기에도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어렸을 때는 미처 몰랐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곱씹어보면, 나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각인될 수 있는 직업들을 장래희망으로 정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나는 '항상 무엇이 되어야 '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직업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한 스펙을 쌓는 것에 상당히 특화되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무엇이 될 것인가'가 인생의 주요 화두였고, 그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대학입시, 취업, 이직 등의 관문을 거쳤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서 목표를 이루어도, 그 후에는 목적 상실감과 공허감이 항상 뒤따라왔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하는데도 왜 상실감이나 공허감을 느끼는 것인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아마도 우리 사회가 '집단 중심의 사회' 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집단의 속성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출신학교, 직장이 우리가 알 만한 크고 명성이 있는 곳이라면, 그에 속해있는 개인도 본인의 실질적인 능력과는 무관하게 후광효과를 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크고 안정적이며 명성이 있는 조직에 속하거나 전문직과 같은 소위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갖는 것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나 역시도 퇴사 이후에 소속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무엇인가 되기 위해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갭이어를 보내고, 얼마 전까지도 치열하게 진로 고민을 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할까, 해외 가서 이직을 해볼까, 프리랜서로 활동해 볼까 등등의 다양한 옵션을 두고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직접 경험해 보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수밖에.
재밌는 것은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되고 싶은 또 다른 직업을 찾고 있었다. 조직에 속하고 싶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고 싶어서 , 퇴사를 하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했던 것인데, 무의식적으로 되고 싶은 또 다른 직업을 찾고 있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도 대학원을 가서 좀 더 전문적인 직업을 가져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직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당장은 위험하고 불안해 보여도 나를 찾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특정 직업들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즐겨하는 활동, 즉,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 인생의 많은 시간, 노력들을 무엇인가 되기 위해 할애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직업의 생성, 소멸 주기도 빨라지며, 한 사람이 2-3개의 직업을 동시에 갖거나 전환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꾸준히 알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 같다. 직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안다면 세상의 변화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되고 싶은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해서, 찾아볼 계획이다.
직업, 사회적 시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면서, 하고 싶은 활동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특성과 숨겨져 있던 재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