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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문고 Apr 15. 2021

독립 일기(3)

취향 탐구의 시작

취향을 탐구하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해왔다.

어떤 그릇을 쓰고 싶은지,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많이 생기고 난 이후에,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게 된 이후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집으로 옮긴 후, 나는 본격적으로 내 취향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놀랍도록 나에 대해 무지했다.


‘무난하게’, ‘튀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튀는 색상의 소파 하나 함부로 고르지 못했다.

최대한 남들이 하는 것만큼, 어쨌든 보기에 그럴듯하면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몇 번 오지도, 내 집을 면면히 보지도 않을 타인을 위한 집보다는 내가 오래 머무는 곳이니 나의 취향이 많이 담겨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몇 번 쓰지도 않고 넣어둘 도자기 그릇이면 어때서. 내가 좋은데.

이사 갈 때 번거로운 화분들이면 어때서. 내가 식물이 좋은데.

후회하더라도 한 번 해보고 내가 후회하면 되는 거야.

실수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의 말만 듣는 건 이제 그만해도 돼.    


그렇게 나는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예산에 맞추어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내 취향을 탐색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짙은 색의 원목을 좋아한다는 것,

무거워도 도자기 그릇의 질감을 좋아한다는 것,

아주 크게 자란 식물보다는 작은 식물을 크게 키우는 과정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이고 나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다.

(물론 세입자이니 한계가 있지만...)    

나는 집에서 쉬는 시간이 좋다. 집은 내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그저 잠만 자기 바빴던, 해가 잘 들지 않아 쉽게 우울해지던 지난번 집과는 달리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은 내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의 것들 사이에서 눈을 뜨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공간을 변화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 나는 그것이 내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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