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병원을 다녀온 어느 날의 기록

애순이의 병원방문기에서 내 모습을 보다.

by 안온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에서 애순이가 관식이 병원에 동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료 대기를 하면서 허둥지둥, 헐레벌떡하는 애순이를 보면서 관식이는 자기가 아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에 괜히 딸에게 화를 낸다. 다음부터 바쁜 일이 있어도 무조건 병원은 금명이 네가 오라고 성질을 내면서.


이 장면을 보면서 처음 대학병원에 갔던 내 모습이 생 각났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접수는 어떻게 하는지, 어디서 기 다려야 하는지 당황했다. 괜히 바빠 보이는 직원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일이 어려워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아빠도 말했다.

"너 혼자 겨우겨우 이러는데, 엄마랑 같이 오면 절대 안 되겠다."

엄마는 이런 환경에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는다. 직원들은 친절하지만, 그 누구도 여유는 없다.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어 보인다. 병원이라는 우주에서 멈춰 있는 외딴 존재가 된 기분이었달까?

진료 프로세스는 1부터 9까지 다 따라야 하는 줄 알았 다. 하지만 간호사에게 묻자, “언급한 순서만 따라오시면 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순한 말 한마디에 마 음이 놓이기도 했고, 동시에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얼 마나 불필요하게 헤맬 뻔했나 싶었다.


그리고 병원 서류.

보험청구를 하려면 어떤 걸 떼야하는지, 병원비 할인을 받으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물어가며 요청해야만 했다. 그중엔 "진료 전에 미리 말해야 발급 가능한 서류"도 있었다. 이미 지난 진료는 되돌릴 수 없기에, 그 서류는 결국 못 받았다.

두 번째 갔던 날에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대학 병원은 어렵다. 부모님을 대학 병원에 모시고 갈 일이 생긴다면 꼭, 같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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