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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우리가, 2세 계획을 미룬 현실적인 이유들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거예요

by 안온

챗GPT가 사주를 잘 본다는 피드글을 본 후, 재미 삼아 25년 사주를 봤다. 2세를 언제 계획하면 좋을까도 물어봤다.


일단 25년 운은 나랑 남편 모두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이때 자녀를 계획하고 낳는다면 세 명 모두에게 좋다고 했다.


근데 어쩌나?

남편이 이직하면서 우리는 주말부부를 하게 됐다. 그래서 나도 작년에 고과도 잘 받았겠다, 올 한 해 나를 좀 밀어주는 분위기니까 커리어 집중을 위해 2세 계획은 잠시 미뤘다. 승진을 꼭 해야 해! 내가 회사에 한 획을 그을 거야!라는 포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는 승진할 것 같았으니까.

이왕이면 과장보다는 차장이 임출육을 하고 복귀하기엔 수월하니까? (부장까지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결혼 후, 피임을 하지 않으니 삼신 할머니가 점지해 주시면 키워야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임신준비 이런 것도 안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찾아와 주길 바랬던 것 같다. 임신을 하게 되면 그땐 나도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음을, 이기적인 내가 희생하는 법도 깨우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 10년 넘은 회사 생활도 지쳤기에 육아로 리프레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승진도 하고 그해 바로 임신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임출육은 언젠가 여자가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기에.


다만 왕복 9시간의 남편과의 거리에서 내가 혼자 오롯이 육아를 감내할 자신은 없었다. 일단 남편의 꿈을 지지하면서부터 내가 많은 부분을 감내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 큰 커리어 성장을 위해 달려가는데, 나는 지방에 박혀 뭐 하고 있는 거지? 단순 승진문제가 아니라 내가 본사 가서 일한다고 하면 이 사람이 이렇게 서포트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여자의 영역이 크기에, 육아에 있어서도 나만 희생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그래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해 임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아이가 찾아오려 해도 올 수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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