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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케이크 Apr 26. 2019

저도 이직준비가 처음이라서요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로다

20일 토요일

생애 첫 은행 인적성을 보러가기도 한 날이었지만 본적을 두고 있으면서 다른 곳에 적을 두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일어난 날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부끄럽다. 서류 발표가 난 3월말부터 지금까지 3주 넘는 기간이 있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을 덮었다.


정말 바쁜 신상품 철이 지나, 4월 2째주부터 여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유를 즐겼다. 어쩌면 이직준비는 진짜 버틸 수 없을 때, 했을 때 효과가 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의 나는 살만했고, 나름 버틸만했고, 모두가 다 이렇게 사는거지라는 자포자기에 이르렀기때문이다.

회사에서도 7시쯤 퇴근했기에 참 공부하기 좋은 마지막주였음에도 나는 그렇게 나의 여유를 챙겼다.

물론 그 순간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경험삼아 보는거야’ 라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시험장에 들어갔다. 중학교 입구부터 ㅇㅇ은행 인적성이라는 플랜카드가 설레게 했다. ‘나는 과연 이 은행에 정말 가고싶은건가?’ 라는 의구심과 함께.


시험장에 들어서서 신분증과 책 그리고 기타 필기구를 꺼내놓았다. 금융상식 오답정리를 하려고 했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5분정도 책을 대충보다가 덮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실력 민낯을 봐보자는 생각으로 말이다.


시험이 시작되고 1시간 40분인줄 알았던 시험이 2시간에 진행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식 40문제는 20분에 풀고 직무영역 60문제는 80분으로 세팅해놨던 시험전략을 수정했다. 직무영역에 100분을 분배했다. 별도의 마킹시간을 잡지 않은 건, 어차피 내가 모든 문제를 다 풀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기에, 찍으면서 마킹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상식은 역시나 15분만에 끝났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나였고, 지난 기출과는 달리 금융<일반상식도 꽤나 나왔다. 평소 신문은 읽지만 세세한 상식까지는 모르기에 ‘아쉽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나오는게 금융상식 공부를 하지 않은 나한테는 유리할지도 모르겠다라는 희미한 희망과 함께.


직무역량으로 들어가니 본격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언어영역은 무조건 잘풀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집중했고, 자원관리나 기타 영역은 풀면 풀고 안되면 넘어간다라는 생각으로 풀었다.

시험시간이 1시간이 넘어가니 하품이 살짝 나왔다. 졸리진 않았는데 공기가 탁해서였을까? 집중력도 슬슬 저하되고 한 지문을 계속 읽는 횟수도 늘어났다. 물이라도 한모금 마시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사라져가는 집중력을 부여잡고 문제를 풀었다.


천천히 풀다가 30분/10분 전이 되니 바빠졌다. 번호를 다 4번으로 찍긴했는데 혹시나 풀수있을

것 같은 문제들은 다시 들춰봤다. 4개의 답을 수정했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답안지를 제출했다.


예전 회사 인적성은 ncs가 도입되기 전이었는데, 요새 문제는 이렇게 나오는구나를 새삼 또 느낀 하루였다. 나때는-이라는 말을 안하고 싶은데, 매년마다 바뀌는 문제나 채용트렌드를 보면서 신입사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채용카페와 이직자sns를 둘러봤다. 다들 어려웠다는 이야기였다. 시험을 망친 나로서는 어쩌면 어려운게 쉬운것보다 나을 수 있겠다싶었다.


결과는 25일에 나온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나의 첫 시도를 응원한다. 그리고 시험을 보느라 고생한 모든 취준생/퇴사생/이직생을 응원한다. 어느 삶하나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험장에서는 모두 한마음이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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