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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Mar 21. 2022

소개팅은 수십번을 해도
늘 어색한걸요

모든 만남에는 준비가 필요해요

D-DAY

언니가 소개팅 할떄에는 검은색 입는 거 아니라고 했다.

검은색은 사람을 더 칙칙하게 보인달까나 뭐랄까?

나는 시크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색깔인데, 아닌가보다.

언니가 트위드 자켓을 입으라며 옷을 빌려줬는데, 나는 트위드 별로 안어울리는데 하면서도 밝은색으로 입고 가라고 해서, 내st가 아닌 언니st로 입었다.

트위드에 블라우스 그리고 청바지에 플랫 적당히 신경쓴 듯 안 쓴듯으로 꾸몄다.

아무생각없이 짐을 챙겨와서 그런지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100% 맘에 드는 착장도 아니였다.

그러다가 10분 늦을 것 같아서, 연락을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근데 신호가 너무 잘 뚫리자나요???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그냥 가서 앉아있어야지- 하고 걸어가는데, 어이쿠야 담배피고 있는 키큰 올블랙 남자가 있었다.

담배피는 남자 싫은데, 어휴ㅜㅜ 심지어 액상이네,,, 얼마나 골초일까? 싶었다.

바로 컷트-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자마자 집가고 싶었다. 

음식을 시켜야 했는데, 일단 이사람 뭐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서 나혼자 메뉴판 뒤적이다가 시켰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랬는데 너무 어색해서 진짜 힘들었다.

소개팅은 할 때마다 너무너무 어색하다.

근데 내 앞의 사람도 생각보다 안먹어서 파스타 1개가 그냥 남아버렸다.

알고보니 파스타는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게 더 웃겼다. 먹을 수 있는데 맛없어서 안먹었단다.

커피 한잔 더 마시자고 해서 건너편 카페로 가려는데 자리가 애매했다.

사실 나는 식당에서 커피를 주기에 그것만 마시고 집에 가려고 했었다.

담배 피우는 것도 싫고, 말도 그렇게 잘 통하는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 가자고 하는데 안갈수도 없고 또 밥도 얻어먹어서 커피는 내가 사야겠다- 싶었다.


근처 카페 찾으려는데 없어가지고 한 10분을 같이 걸었다.

그는 배가 설계도면에 맞게 잘 제작되고 있는지 확인/감독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일한지는 5년 정도라고 했는데, 일이 굉장히 재밌고 회사 가는게 설렌다고 했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재밌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일 하는거 되게 싫어할 것처럼 생겼는데, 재밌다고 하니까 좀 신기했다.

나는 회사가는게 너무 싫고, 일도 재미없고 그러는데 이사람은 어찌 일이 재밌을 수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야기할수록 웃기고 아- 이 캐릭터 뭘까? 생각이 들어서 점점 궁금해졌다.

커피 마시러 오지 않았더라면 듣지 못했을 이야기였다.

재밌게 일을 즐기는 모습이 멋있어보였다. 그리고 더 알고싶어졌다. 


그렇게 첫 만남이 끝났다.

다음에 만나면 뭐 먹고싶냐고 물어보면서 차 오면 조심하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카톡을 매일같이 한다.

진짜 신기하다.

이렇게 한순간에 한 사람이 궁금해지고 끌릴 수가 있는건지 말이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사랑에 상처받지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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