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케이크 Mar 26. 2022

요즘은 5번 만나고
하는 고백이 국룰이라면서요?

국룰은 모르겠고, 애매모호한 만남은 싫어요

19일.

세번째 만나기로 했다.

나는 이 날을 d-day로 설정하고, 우리 엄마아빠 결혼기념일과 같은 날에 고백받는건가? 하면서 만나기 전부터 설레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퇴근하고 피곤한 평일에 굳이 만날 필요도 없었을테니까.

역시 아직도 막... 편하지 않아서 약속장소에서 멀리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너무 어색하다.

오늘은 오빠가 블랙 코트에 로퍼를 신고 멋진 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댄디한 차림을 제일 좋아하는데, 고백하려고 이렇게 차려입고 왔나? 싶어서 귀여웠다.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창피해서 나도 아무말 못하고 그냥 걸었다.

불타는 금요일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사실 여기서 술 안마신지가 너무 오래되서 어느 술집을 가야할지 난감했다.

너무 어색해서 아- 빨리 술 마셔야겠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세번 만나도 여전히 어색한 건, 어색한거니까.

여전히 불편한 건, 불편하니까.

그래서 빈 속에 술을 마셨다.

빨리 마셔야만 할 것 같아서.

할 말이 없었다.

중간에 정적이 흘렀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힘들었다.

아마, 오빠도 느끼고 있었나보다.

내가 안절부절하는 그 모습을 말이다.

오빠는 내가 조금 더 자기를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꾸 불편하다고 하니까 어떻게하면 편해할 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보려고 가볍게 술 마시자고 한건데, 못 마시는 줄 알았으면  먹지 말자고 했을거라면서 말해서 살짝 심쿵했다.

다음에는 츄리닝 같은거 입고 만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막 격식차리지 않고 만나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입고 나오라고 말했다.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그간의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의 첫인상을 보고 생각한 것들과 이후 알게된 것들 사이에 다른 점을 많이 느꼈다.

나는 오빠가 되게 발랑 까진 사람(?) 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상만 쎄고 생각보다 순둥했다.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자기도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오빠는 내가 너무 모범생일까봐,  대화가 안통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고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게 참 재밌었다.

그렇게 밖을 나왔다. 

근데 나는 이 오빠랑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산책하자고 했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술집에서는 더 있지 못하고, 고백할 시간을 마련해주려고 (?) 산책한건데,, 

말을 꺼내지 않아서 나혼자 속으로 당황했다. 


집 앞 마지막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말했다.

나 정말 묻고 싶은게 많은데, 하나만 물어보겠다고 했다.

왜 고백안해요? 이말은 조금 그래서, 왜 말 안놓냐고 물어봤다.

편하게 말하면 좋을 것 같다고 꺼냈다. 

그랬더니, 오빠는 내가 반말하면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5번 만나면 그때 놓자고 말하려 했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오빠는 나랑 5번 이상 만나야 직진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이, 우리의 관계를 막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꼭 세번 만났다고 해서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빨리 다섯번 째 만남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그때는 고백 이후의 이야기로 쓸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 후, 두번째 만남이 더 어색하지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