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제가 합니다만? 저좀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나는 성격이 예민하다.
그래서 어떤 말은 되게 가슴 속에 박아두고 몇날 며칠을 곱씹어본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확대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의 말 너머의 이면을 혼자 생각하고는 한다. 고쳐야지, 털어 넘겨야지, 하면서도 잘되지 않는다.
결혼은 두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에 결혼 준비함에 있어 누군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자꾸 가슴에 박힌다.
주로 가까운 가족의 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부모님이 아직까지도 별로 썩 나의 결혼을 내켜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빠네에 갔다고 말하지는 않고, 엄마한테 오빠네에서결혼 준비에 보태라고 돈을 주셨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무래도 그 금액이 석연치않나보다. “그거밖에 안해주시나? ”하는 뉘앙스였다. 그 돈으로 반지랑 하는거면 어차피 너 혼자 다 쓰는 것도 아닌데 좀 적지 않냐- 하는 느낌을 살짝 풍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냥 차라리 엄마한테 말하지 말 걸 그랬다. 자랑한답시고 말했는데, 괜히 서로 기분만 더 상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이 사실을 말한 것 같았는데, 아빠는 그냥 아무말 하지 않기로 했는지 입을 꾹 다문채로 있었다. 아무래도 언니는 남자쪽에서 집을 샀는데, 대출이 거의 없는 상태로 마련했다고 했다. 집을 마련할 때 얼마 정도를 해주신 것 같은데, 그게 내가 받은 금액에서 끝에 0이 하나 더 붙는 수준이니 비교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모님이 삼남매 중에 나를 제일 예뻐하시는 것도 안다. 나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안다. 적어도 같은 대기업 혹은 사자 직업의 사위를 데려오기를 바랬을 터이다. 그게 아니면 비빌 언덕이라도 있기를 바라셨겠지.
거기서 오는 아쉬움이겠지만 가운데 끼어있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왜 이렇게 힘든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