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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담 Nov 02. 2020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하여

인생은 선택의 연속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수많은 선택들로 채워나간다. 자잘한 것부터 때론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결정까지,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매 순간 길을 고른다.


 가수 아이유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그런 말을 하더라. 본인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분홍신의 한 구절인 "난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라고.


  선택에 후회가 없는 삶이란 가능한 일일까? 이미 선택한 길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길 위에서 내가 지나온 길을 자꾸만 되돌아봤다. 다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는지, 내가 얼마나 왔는지, 그런 것들을 살피느라 걸음이 자꾸만 늦어졌다. 이미 지나쳐 온,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 위엔 무엇이 있을까 상상하며 역시 그 길이 나았으려나,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눈을 감고 걸어도 언제나 맞는 길을 고를 만큼 내가 운이 좋았다면 좋았겠지. 또 내가 지나쳐 온 모든 순간에 대해 한 톨의 미련 없이 나는 언제나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 하지만 나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런 사람이 못된다. 몇 년 전에 한 작은 선택도, 그때 내 선택이 맞았을까? 하고 새벽이면 문득 끄집어와 고민하는, 그런 쫌생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이 선택에 기준이라는 게 있으면 내 고민을 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왔다. 그리고 기준이 되어줄 단어 하나를 골랐다. 그게 바로 '지속 가능한'이라는 형용사이다.


 제일 먼저 '지속 가능한 관계'라는 말은 어떤가. 약속이 다 와가는데 어딘지 그 사람을 만나는 게 불편하고 개운하지가 않다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람과 나와의 관계가 지속 가능한 관계인가, 내가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사람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이렇게 해서 걸러지는 몇 개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경우에는 그저 홀가분하더라. 어차피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는 관계는 오래 못 간다.   


 '지속 가능한 운동'이라는 말은 어떤가. 요즘은 유튜브가 너무나 잘 되어있어서, 집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과 같은 것을 검색하면 바로 와다다 하고 여러 개가 나온다. 그중 한 운동을 켜서 땀을 뻘뻘 내서 헉헉 대고, 그게 그 날 하루의 이벤트로 끝난 경험을 우리는 모두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게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왕이면 지속 가능한 운동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루 한 시간의 힘들고 힘든 유튜브 운동보다, 주 3일 일 끝나고 30분씩 런닝을 한다면?


 '지속 가능한 옷'. 이 말은 내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각해 낸 나만의 소비를 위한 기준이다. 저 옷이 올해, 지금 당장은 예뻐 보여서 사더라도, 저 옷을 내년, 내후년, 그다음 해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유행 타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입을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옷을 사면 후회가 적고 실패도 적다. 매 해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들을 무조건적으로 사 모으기만 한다면 나중엔 옷에 파묻혀 잘지도 모른다. 지속 가능한 옷들이라면, 매 계절 잘 입는 것들을 꺼내 정리해주고, 그 해 마음에 드는 몇 개의 옷만을 사더라도 입을 옷이 언제나 넘칠 것이다.


 다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인데, 바로 '지속 가능한 루틴'이다. 나는 요즘 새벽 1시에 잠들어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씻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 루틴을 좋아한다. 자기 전엔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좋아하는 유투버의 영상을 보고, 세수하고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고 잔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건강을 위한 일이니 열심히 지키는 중이다.



 내 생각은 앞에서 이야기하다 나와버렸는데, 당신은 건강한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건강한 삶'이란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믿는다. 삶은 죽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시간이 가고 이어지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숨을 쉰다고 해서 삶이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버티는 삶과 살아가는 삶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 삶이 오래오래 지속 가능하길 바란다. 살다가 조금 힘들고 버거운 날이 와도, 다음 날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또 잘 보내볼까 하며 기지개를 켤 수 있는, 포기하지 않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이 잠깐의 즐거움보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행복을 느낄만한 사람과 일, 물건들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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