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포스트잇

by 소똥구리

영화를 보다 보면 고풍스러운 도서관에서 책을 수북이 쌓아 놓고 공부하는 장면을 본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지만 만화책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책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하였다.


책은 사서 읽는 것이고 산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안 읽히는 책을 만나면 몇 달을 들고 있어야 했다. 군산에 근무할 때 이 습관을 버렸다.


시립도서관이 사무실에서 멀지 않아 점심시간에 들러 책을 빌렸다. 점심시간에 다녀와야 하니 책을 자세히 보고 고를 수가 없었고 제목만 보고 관심 가는 책을 대충 꺼내 빌려왔다. 그다음 한 권 한 권 천천히 읽어 보았다.


빌려온 책이니 모두 읽지 않아도 되었다.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들면 계속 읽고 읽히지 않으면 덮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한 권만 있어도 운이 좋았다.


그때 “아,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 놓고 보는 사람들이 이랬구나! 빌린 책을 전부 통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찾느라 많은 책이 필요했구나” 싶었다.


군산에서 책을 읽는 습관이 하나 더 생겼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닿는 구절이나 좋은 표현이 있으면 작은 포스트잇을 붙인다. 감상이 떠오르면 포스트잇에 메모도 한다. 어떤 책은 조금만 읽어도 포스트잇이 잔뜩 붙고 어떤 책은 하나도 붙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읽기를 중단한다.


포스트잇이 없는 책은 반납하고 포스트잇이 많은 책은 구입해서 읽는다. 책을 다 읽으면 포스트잇을 떼어 가며 그 부분을 옮겨 적는다.


신영복 선생님은 “독서는 줄이고 사색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라고 썼다.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잇을 옆에 두는 건 나름 사색을 늘리려는 방법이다.(17.3.29, 2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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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도서관3층©소똥구리(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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