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풍경

[97]

by 소똥구리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잤다.


평일에는 5시 15분에 일어나 7시면 이미 사무실에 도착한다.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다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한다.


오랜만에 늦잠을 푹 자니 몸은 뻐근하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세수만 겨우 하고 부스스한 머리 그대로 부엌에 가서 라디오를 켠다.


음악을 들으며 하얀 쌀 세 컵, 납작한 갈색 렌틸콩 조금 그리고 노란 좁쌀 약간. 함께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를 누른다. 밥이 되는 동안에는 설거지를 한다.


귀찮고 성가신 부엌일도 라디오를 들으며 하면 즐거운 일이 된다. 라디오에선 벌써 봄노래가 흘러나온다.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로이킴의 목소리가 따듯한 봄날 같다. 설거지를 마치고는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나간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에 머물러 있다.


카페에 갈 땐 조금 긴장을 한다. 테이블이 세 개 밖에 없는 작은 카페이기에 다른 손님이 있는지, 그 손님이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지 살피게 된다. 카페 주인은 속상하겠지만 아무도 없는 아침 카페를 좋아한다.


카페는 아침 7시 전에 가야 한다. 7시 반부터 청소 시간이기 때문이다. 점잖은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아침마다 청소를 한다.


오늘은 늦잠을 자서 청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카페에 왔다. 안쪽을 빼꼼히 살펴보니 두 분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또한 그분들의 루틴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여니 마침 두 분이 카페를 떠난다.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고 온전히 나 혼자 이 카페를 누리도록 말없이 떠남이 감사하다.


커피 향 가득한 작은 카페, 살짝 비끼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 창밖 둥치 굵은 느티나무, 벚나무, 그 사이 짹짹 거리며 날아다니는 참새들...


이 아침 풍경이, 이 아침 여유가, 감사한 아침이다.(25.3.7)






집앞_카페_아침ⓒ소똥구리(2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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