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다슬기 & 할머니

by 소똥구리

점심 먹으러 간 식당 앞마당에 커다란 가시나무가 있었다. 누군가 “거, 탱자나무 한번 크다!” 감탄을 해서 살펴보니 과연 탱자나무다. 나는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본 기억만 있어서 이렇게 키가 큰 탱자나무는 처음 보았다.


어렸을 적 동네에 탱자나무 울타리 집이 몇 채 있었다. 특별히 탱자나무집을 기억하는 것은 그 가시 때문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할머니와 시냇물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아마 일만 하셨던 할머니의 유일한 유희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녁에 어머니가 아욱과 된장을 넣고 다슬기국을 끓여낸다. 이때 나의 역할이 있었다. 탱자나무집으로 뛰어가서 큰 가시 몇 개를 끊어 오는 것이다. 다슬기 속살은 탱자나무 가시로 빼먹어야 제맛이다.


지금도 다슬기를 보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투명한 물속에서 다슬기를 줍다가 고개를 들면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다. 할머니의 포근하고 환한 미소가 그립다. (15.5.13, 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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