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불빛은 어디를 비출 수 있을까?
어렸을 적 마을에는 반곡국민학교가 있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형들은 면소재지에 있는 연산중학교에 다녔다. 이 십리길 되는 중학교를 형들은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마을 또래 친구들은 자전거가 없었다. 중학생이 되어야 통학용 자전거를 사줬다. 형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마냥 부러웠다. 늦가을 해 질 무렵 마을 회관 앞에서 놀고 있으면 신작로에서 작은 불빛들이 반딧불처럼 점점이 나타났다.
그때 가장 신기했던 물건 중의 하나가 자전거 전등에 전기를 보내주는 작은 발전기였다. 크기와 모양이 가스활명수 병처럼 생겼는데 뚜껑 부분이 앞바퀴에 닿으면 회전하면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였다. 어려서는 그게 그렇게 신기해서 자전거를 눕혀놓고 바퀴를 돌려가며 불이 들어오는지 살펴보곤 했다.
요즘 자전거에는 아예 전등이 없다. 도심 거리가 밝아 퇴화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전등 대신 충돌을 막기 위한 깜빡이 전구를 앞뒤에 단다. 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식별하기 위한 용도일 뿐이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하였다. 공용자전거를 빌렸는데 신기하게 발전기가 달려있어 페달을 밟을 때마다 빛이 났다. 그렇지만 그 밝기가 너무 약해 이건 그냥 장식품이구나 싶었다. 차도를 벗어나 금강 자전거길에 오르자 상황이 바뀌었다. 그 희미했던 불빛이 앞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대로에서는 희미하기 그지없던 전등이 가로등 없는 깜깜한 그믐날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전등은 밤이 어두울수록 빛이 난다. 이미 가로등이 환한 도심에서는 오 촉짜리 작은 불빛은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두운 강변길에서는 호롱불 같은 작은 불빛도 큰 밝음이다. 이 세상에는 가로등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평범한 사람은 그 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록 평범한 사람이라도 꼭 필요한 자리에 있다면 빛을 발할 것이다. 반딧불 같은 작은 나의 불빛은 어디를 비출 수 있을까? (21.9.9, 2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