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
[S] 돈 안 들고 편안 안전은 이상적이지만 흔하진 않다
요즘 어깨가 아파서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남들은 이삼십 킬로 쇳덩이를 밀고 당기고 하지만 나는 가장 가볍게 해 놓고 관절 유연성 운동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하고 있다. 이 운동실의 한가운데에 역기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탄탄한 몸매의 청년이 역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부러운 마음도 들고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는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가 남성다움의 상징이었다. 요즘은 피트니스 클럽에서 고급 운동기구를 가지고 운동을 하지만 그때는 직접 역기를 만들어 집 마당에서 운동을 했다. 역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꽤 신기했다.
우선 땅을 맷돌 정도의 원형으로 한 뼘 정도 파내고 비닐을 잘 깔고 시멘트 반죽을 부어준다. 이때 가운데에 두루마리 휴지심 같은 파이프 하나를 꽂아서 나중에 역기봉을 꽂을 수 있도록 한다. 나는 너무 어려서 못해봤지만 수제 역기는 남자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역기를 하다가도 종종 사고가 나곤 한다. 2015년 10월에 전북 남원에서 최 모 씨가 역기에 눌려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주물용해 공장에 근무하던 직원이 사내에서 역기로 운동을 하다가 사망하여 산재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운동설비도 참으로 세련되고 편리하다. 그런데 역기를 보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시설이 있었다. 그 역기에는 안전대가 부착되어 있어서 역기를 떨어뜨려도 다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역기의 양쪽 끝에 에이치자 모양의 틀을 세우고 역기와 몸 사이에 쇠막대를 부착하여 역기를 실수로 놓쳐도 여기에 걸리도록 되어 있었다. 역기에도 안전시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했다.
운동에도 위험은 따른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위험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그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에 따른 위험도 예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설비가 무척이나 반가웠고 그걸 고안해 낸 누군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비용이 많이 들었겠다는 생각과 조금은 사용하기 불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 안 들고 편한 안전은 이상적이지만 흔하지는 않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불편이 필수적이다.(15.10. 29, 23.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