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천덕꾸러기 vs 귀한 손님

by 소똥구리

오월의 봄이다. 생기 넘치는 이 계절에 불청객이 찾아왔으니 다름 아닌 노란 송홧가루다. 어린이날 여행길에 고속도로 이쪽 숲에서 저쪽 숲으로 구름처럼 뭉게뭉게 송홧가루가 날아간다. 황사만큼 불쾌하지는 않지만 그리 반갑지도 않다.


첫 직장이었던 청주공장에서는 얇은 필름을 만들었다. 필름에는 먼지가 묻으면 불량이 나기 때문에 봄철 송홧가루는 품질의 적이었다. 봄이 되면 창문틈을 밀봉하고 출입문에는 에어샤워기를 설치해야 했다. 소나무로써는 자연스러운 생식현상일 텐데 억울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런 송홧가루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염전 사람들이다. 바닷가 넓은 염전에 하얀 소금꽃이 필 때 노란 송홧가루가 날아들면 염부들은 고기떼를 만난 어부들처럼 흥이 난다. 천일염 소금꽃에 송홧가루가 날아들면 그 값이 두 배 세 배가 되기 때문이다. 송홧가루에는 비타민과 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특히 칼륨과 비타민 B1, B2, E가 많은데 이들은 혈관을 확장하고 치매를 예방해 준다고 한다. 또한 콜린은 지방간을 없애고 성인병을 예방하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공장과 염전에서의 송홧가루가 다르지 않을 텐데 공장에서는 불청객이고 염전에서는 귀빈이다. 같은 존재인데 어디서는 천덕꾸러기이고 어디서는 귀한 손님이다. 여기에서 구박받는 천덕꾸러기라도 다른 어느 곳에서는 귀한 존재일 수 있다. (15.5.11, 23.11.3)






ps. 천영미 작가의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p295)》에 보니 송홧가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왕비가 임신을 하여 태교를 할 때, 왕비는 소나무 아래에 앉아 솔바람 소리를 재현한 아악 풍입송을 들었다. 또한 송홧가루를 꿀에 버무린 송화다식을 먹었고, 목이 마르면 송홧가루를 꿀물에 탄 송화수를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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