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죽지 같은 기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by 소똥구리

꽃샘추위로 쌀쌀한 사월의 금요일 아침, 조치원역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대학생쯤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통화를 하며 다가와 내 왼편에 선다. 흰색 운동화에 회색 추리닝 바지 황톳빛 긴 카디건을 편하게 입고 있다. 쌍꺼풀 없는 순한 눈매에 동그란 얼굴, 약간 듬직한 체형이 건강해 보인다. 게다가 기분 좋은 샴푸향을 풍기며 살짝 웃고 있는 얼굴이 마치 도깨비신부 지은탁 느낌이다. 아! 오해는 하지 말자. 작가 지망생으로서 관찰하고 표현하려고 연습하는 중이지 훔쳐보는 것은 아니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고 아직 차지만 그래도 바람결에 실려오는 봄기운과 샴푸향에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녀에게서 들려오는 한 마디.


"나 오늘 기분 족 같아!"


‘족(足)’ 같은 기분은 뭘까? 발은 우리 몸 제일 아래에서 온몸을 지탱한다. 무거운 상판을 떠받치고 있는 교각의 기초와 같다. 교각기초가 없으면 교각도 다리도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발은 존중 대신 푸대접을 받는다. 얼굴에는 매일 로션과 에센스를 바르고 달팽이 크림까지 바르지만 발은 냄새난다고 괄시를 하며 어쩌다 인심 쓰듯 각질 크림 한번 발라줄 뿐이다. 그러니 족 같은 기분이란 그런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헌신하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기분.


오늘 내 기분은 어떠한가? 금요일이고 외부 강의가 있어 여유롭게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엊그제는 좋은 친구와 해물파전에 소주를 나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나의 기분은 ‘날갯죽지’ 같은 기분이다. 날갯죽지 같은 기분은 뭐냐고? 곧 등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날갯죽지는 퇴화된 날개이다. 이 날개는 사랑할 때 행복할 때 다시 돋아난다.


오늘 지나면 도깨비신부를 닮은 그 아가씨도 날갯죽지 같은 기분이 되었으면 싶다. 오늘 내 마음이 철로변에 활짝 핀 개나리처럼 유난히 너그럽고 밝다. (23.4.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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