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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똥구리 Sep 07. 2024

배려

아직 전철에서 신문을 보던 시절

일산역에서 행신행 6시 04분 전철을 탔다. 


다음역에서 두 바퀴 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이 탔다.

폐지더미가 너무 높아 신문지 뭉치가 툭툭 떨어져 내렸다. 


주워서 올려놓으려니 짐수레에 공간이 없다. 

올려놓아도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돕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폐지가 떨어졌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학생이 말없이 신문을 주섬주섬 챙겼다. 

어쩌려는 것일까?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일까?

그 모습을 지켜봤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신문을 챙겨 들고는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해결책은 노인에게서 나왔다. 

노인은 다음 역에서 내리며 신문지 뭉치를 밖으로 던져달라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정리할 요량인 것이다. 


학생의 행동에 또 한 번 놀랬다.

그는 신문지를 밖으로 던지지 않았다. 

신문지를 들고나가 짐수레 옆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폐지를 내다 주고 들어오는 학생의 얼굴이 참 맑아 보였다.     

(초고 16.6.27, 퇴고 24.9.7)



   


연꽃_일산호수공원ⓒphoto by soddongguri(2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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