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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라우니 Mar 25. 2021

허름한 골목어귀 숨어있던 고깃집

부산 재송동 초량숯불갈비

언제먹어도 맛있는 삼겹살

일요일 저녁 식사 타이밍을 놓쳐셔 식사를 할려고 해운대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대로변에서 뜬금없이 켜져있는 간판이 하나보였다. 부리나케 좌회전 신호를 받아서 골목안으로 향했다.


주차할공간이 있긴한데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서 주변에 단속카메라도 없는것 같아서 갓길에 주차를 하고는 초량숯불갈비 간판이 있는쪽으로 향했다.


밤이라 잘 안보이긴했지만 세월의 풍파를 오랫동안 맞았다는건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주차장겸 마당이 하나있는데 차는 두대정도 들어갈수있을것 같다. 언뜻봐도 가정집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곳이라는걸 알수있었고 누구나 호불호 없이 잘 먹는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곳이었다.




부모님뻘 정도 되시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 두분이서 운영하고 있는곳이었다. 테이블은 눈에 보이는것만 4~5정도 있었고 안쪽으로 룸도 있는것 같았다. 안쪽룸은 얼마나 큰지 볼려고 하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사장님 내외분께서 은근 신경을 쓰시는것 같아 부담주지 않으려 그냥 앉아있기로했다.




단촐한 메뉴는 30년 넘게 지켜온 메뉴라고 하셨다. 오랜세월 영업을 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장님의 양념비법을 많이 배워가셨다고 말을 살짝 흘리듯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어떨지 더 기대가 됐다.




숯불이 들어오고 그위에 불판으로 덮어주신다.




술과 고기를 주문하니 반찬들 보다는 고기가 먼저 나온다. 육류를 빠르게 섭취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게 더 좋긴하다. 어차피 고기는 익는대 시간이 걸릴테니 고기가 익을동안에 반찬이 나와주면 시간을 절약할수있을테니까.




고기는 과하게 두껍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 오랫동안 고수해온 고집스러운 모습이 느껴진다. 두께는 대략 2cm 쯤 되려나..? 겉면에 수분감과 쫀득거림의 눈으로 확인이 되는걸 보니 적당한 숙성의 시간이 있었던것 같았다.




정성스러운 반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고기와 함께 할때 필수적인 요소들이라 할수있는 야채들도 넉넉하게 담아주셨다. 시중에서는 잘 볼수없는 미역장아찌는 꾸덕한 식감에 새콤한맛이 느껴졌고, 김치도 오랫동안 푹~ 익어있었던 만큼 쿰쿰한 맛과 새콤한 맛이 느껴졌다. 구워먹으니 새콤한맛만 남고 고기와 잘 어울린다. 겉절이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셨는지 감칠맛보다는 자연스러운 양념맛의 비중이 높게 느껴졌다.




삼겹살
못먹는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거 같다.

뜨거운 숯불에 달궈진 불판위에 삼겹살을 올리고 노릇노릇 해지길 기다렸다. 되도록이면 많이 뒤적거리는것 보다는 서너번안에 끝내기 위해서 한쪽면을 거의 다 익힐때까지 뒤집지 않았다.




고기를 뒤집을때쯤이 될때 참기름과 돼지갈비에 찍어먹을 육장소스를 챙겨주신다.




고기를 뒤집어주고는 먹기좋게 손질을 해준다. 사장님께서는 내가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시고는 "총각 좀 꾸블줄 아네!" 라고 하면서 칭찬을 해주신다.ㅎㅎ




고기가 다 익어갈쯤이 되었을때 찌짐을 내주셨다. 즉석에서 만든건 아닌것 같았지만 인심좋은 사장님의 훈훈한 마음이 전해지는 맛이었다. 배고팠기 때문에 고기를 먹기전에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적당한 타이밍에 잘 내주셨다. 후라이팬에서 적당히 눌러붙어서 겉이 바삭바삭하니 맛깔스러웠다.




사장님은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신경이 쓰이셨는지 이쯤되면 다 익은거니까 옆으로 빼서 먹으라고 하시며 불판을 정리 해주셨다. 손님이 많아서 바쁠때는 일일히 다 신경을 쓰지 못하셨을수도 있을텐데 행여나 고기 태워먹을까 신경을 써주시는 모습이 부모님 같다.




육질도 부드럽고 질좋은 삼겹살을 먹었을때 느껴지는 특유의 맛과 향은 몸에서 알아서 반응을 한다. 유행하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이면서 오랜시간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이맛.. 오래된 고깃집에서만 느낄수있는 향취라 할수있겠다.




다른 야채들보다 장아찌와 고기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미역장아찌가 맛있어서 자꾸만 먹고 있다.




돼지갈비
가끔 미치도록 생각나는 이맛..

매일 생각나는건 아닐테지만 어렸을때 어머니께서 고깃집을 운영했었기 때문에 그 추억이 떠오를때가 있어서 한번씩 사묻히도록 먹고 싶을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날은 아니었지만 사장님께서 양념자랑을 하셨던 만큼 기대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굵직한 돼지갈비 뼈대를 문어다리처럼 살점은 붙여놓고 뼈를 얇게 포를 떠놓으셨다. 뼈가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자르기도 힘든데 이렇게 손질을 해놓으시니 뼈주변에 붙어있던 고기를 손쉽게 먹을수있어서 좋았다.




돼지갈비는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서 그맛은 확연하게 달라질수있다. 숯검댕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양념은 살짝 눌러붙어서 그슬린듯이 익히는것을 좋아해서 겉부분에 까맣게 타버린 양념이 남아있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모습이 나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의 심정이 아닐까..)




양념을 직접 만들어서 고기를 재어두셨던 만큼 자극적이지 않고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적당한 달큰함이 느껴졌다. 오랜시간 고기가 절여진 만큼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웠다.




고기를 다 먹어갈쯤에 식사를 주문했더니 불판을 거둬내고 그위에 바로 된장 뚝배기를 올려주신다. 집에서 직접 메주를 띄운 된장이라 맛이 다를꺼라고 말씀을 하시더니 그말이 사실이었다. 시중에 나오는 된장에서는 느낄수없는 집된장 특유의 진한맛이 느껴지고 많이 빡빡하지 않으면서 밥을 말아도 좋을것 같고 마지막 술한잔에 입가심용으로 좋았다.




반찬도 어머니 손맛처럼 맛있었다. 특히 저 시금치..!! 짭조름하니 밥과 잘 어울렸다.


모처럼 먹었던 삼겹살과 돼지갈비였는데 30년전 엄마가 운영했던 구평동 목화식당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다. 오늘따라 왜이리 엄마생각이 나지.. 전화한통해봐야겠다.



https://www.instagram.com/mat_didas/

insta : mat_didas (맛디다스)

Place _ in Busan

Photo & Written by Crowny 

Cam _ Nikon D3 35mm f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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