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 흥화반점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
부산 중심이라 할수있는 서면 옆에는 전포동이라는곳이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공업사,전자상,카페거리가 맞물려있는곳이다. 그 인근으로는 당연히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식당들과 카페들이 즐비하게 들어차있다. 그곳으로 들어서기전 한블록 옆에 있는 60년이라는 세월동안 꿋꿋하게 운영되고 있는 흥화반점이라는곳이 있다.
여친이 이곳 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덩달아 따라갔다가 나도 그맛을 잊지못하고 가끔식 찾아가곤 하는곳이다.
흥화반점에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요리는 오향장육이었다. 우선 한접시 주문을 하고는 먹고 있는 동안에 다른걸 추가로 주문을 하기로 했다. 생양파가 아닌 피클처럼 절여져 나오고 짜사이,단무지 총 세가지 곁들임 찬이 나온다.
증화요리를 먹을때는 꼭 챙겨먹게되는 짜사이는 고추기름에 범벅이 잘 되어있었던 만큼 감칠맛과 기름진 고소한맛이 느껴지고 꼬득꼬득 거리는 식감이 마치 무말랭이를 떠올리게 한다.
진하게 우려낸 자스민차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혔다.
중국음식에는 그에 걸맞는 술을 마셔줘야 환상의 케미라 할수있지.! 늘 그렇듯이 중국 고량주는 항상 공부가주를 제일 먼저 시켜서 맛을보는편이다.
이유가 따로 있는건 아니지만 다른 술에 비해 가성비가 괜찮은편이고 향긋하고 입안에 화~한 느낌이 좋은편이다. 다음날 뒷끝도 덜한편이라 다른 술보다는 항상 이걸 먼저 마시게된다.
이곳을 오게 만드는 첫번째 이유였던 오향장육이다.
오향장육이라고 하면 족발이랑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사용되는 부위도 조리법도 엄염히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 간장을 베이스로 하는 조림요리라는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게 아닐까?
고추기름이 범벅이 되어있고 얇게 썰어진 파채와 함께 먹어보니 이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육질도 부드럽고 고추기름이 많이 발려져있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은은하게 입안가득 퍼지는 조림소스맛이 일품이다.
고기한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퀄리티를 느낄수있을테지만 감칠맛을 더해주는 소스들이 있기에 더욱 빛이 나는 요리라 생각된다.
중국집에서는 대부분 탕이라고 하면 해물누룽지탕이나 짬뽕국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삼선계란탕이라는 메뉴가 어떤지 궁금해서 주문을 해봤는데 계란흰자를 머랭처럼 풀어내고는 전분가루를 넣어서 걸쭉하게 끓여냈다. 마치 눈이라도 내린것 같은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계란탕이라는 단어만 생각을 했으면 노른자와 흰자가 뒤섞여 해물이나 적당히 들어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을테지만 흥화반점은 뭔가 달랐다.
중식요리에서 삼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해물이 들어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새하얀 계란을 거둬내니 게살과 새우,버섯 등등 다양한 재료들이 넉넉하게 들어있다는걸 바로 확인할수있었다.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흰죽을 먹는듯한 맛에 해물에서 우러난듯한 은은한 육수맛이 한데 어우러져서 여지껏 먹어본적 없는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고추기름을 넣어서 먹으면 매콤한 감칠맛이 더해지려나 싶어서 섞어서 먹어봤는데.. 넣지 않고 먹는게 더 맛있었다. 무모한 실험정신으로 덤볐다가 괜히 낭패만봤다. 계란탕은 본연의 맛을 즐기는걸로..
공부가주는 금새 다 먹어치우고는 연태고량주를 추가로 주문해보았다. 고량주는 기본적으로 도수가 높다 보니 다 비슷한것 같지만 미묘하지만 향이나 끝맛에서 차이난다.
그 다음 주문해본 요리는 양장피였다.
해파리가 포함된 다양한 야채들을 겨자소스에 버무려먹는 냉채요리인다. 양장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송화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계란처럼 생긴 검은 저것이 바로 송화단인데 오리알을 삭힌것이다. 생긴것만 보면 저걸 어떻게 먹나? 생각하지만 한번 먹어보면 젤리처럼 탱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자꾸만 생각난다.
톡쏘는 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 겨자 소스를 남김없이 삭삭 긁어서 뿌려준다.
먹기 편하게 잘 손질되어있는 각각의 재료들을 한젓가락에 모아서 먹어야 제맛이다. 야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식감이 입안에서 동시에 터지는 맛이 양장피만의 매력인것 같다.
일반 짜장면이 아닌 유니짜장을 주문했다. 일반 짜장과 다르게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가 들어있고 재료들이 잘게 손질이 되어있는게 특징이다. 재료가 다른만큼 구수한 맛과 향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면이 엉켜붙기 전에 얼른 부어서 비벼서 먹어야 제대로 된맛을 느낄수있다. 나처럼 사진찍는다고 시간을 허비하게되면 면에서 촉촉한 수분이 날라가버리기 때문에 비비기도 힘들어지고 엉켜서 짜장이 골고루 비벼지지 않으니 나오면 바로 부어서 먹어야겠다.
오래된 노포 중국집인 만큼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다. 많이 짜지 않고 내 입맛에 딱맞게 간이 잘되어있었다.
마무리용으로는 칭타오를 주문해서 입가심으로 맥주를 한잔 더 마셨다.
나도 중국집 아들이었으면..
어렸을때부터 중식요리를 좋아해서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어렸을적 친구집은 중국집을 하고 있었고 그 시절에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었다. 이유는 매일 짜장면도 먹고 맛있는 중화요리를 원없이 먹을수있겠구나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점 사장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 기억이 있을것 같다. 재밌었던건 그 친구는 우리집이 갈비집을 한다는 사실을 더 부러워했었다.
Place _ in Busan
Photo and written by Crowny
Cam _ Nikon D 3, 24-70mm f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