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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29. 2020

가위에 어떻게 눌려?

이런저런 이야기 29

  며칠 전 10살 딸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다가 질문을 했다. "엄마, 가위에 눌리는 게 모야? 가위에 어떻게 눌려? 그렇게 큰 가위가 있어?"


  그래서 딸아이에게 가위눌리는 것에 대해 말해주다가 생각이 났다. 나도 평생 딱 한번 가위눌린 적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초등학교 4, 5학년 즈음 우리 집은 건물 지하방이었다. 지하라서 햇볕도 안 들어오고 먼지도 많이 들어오고 늘 습해서 감기도 자주 걸리는등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 가을 낮이었던 것 같은데 엄마와 둘이 안방에서 낮잠을 잤다. 자다가 눈이 떠졌는데 열려 있는 안방 문쪽에 시커먼 형체가 보였다. 움직이도 않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다가 "엄마..." 하고 말을 하려는데 말소리도 안 나오고 엄마 쪽으로 손을 뻗어 엄마를 깨우고 싶어도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온몸을 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로 1,2센티 거리의 있는 엄마의 손을 잡을 수가 없으니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 식은땀은 줄줄 나고 무서워서 눈물도 흐르고 하는데 나는 갑자기 교회에서 알려준 주기도문이 기억났다. 그냥 무서워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 주기도문을 속으로 계속 외웠다.


  잠시 후 발부터 조금씩 움직여지더니 몸을 움직일 수가 있었고 바로 엄마를 깨워서 엉엉 울면서 자초지종을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보았던 그 무서운 형체는 엄마가 옷걸이에 걸어둔 수건이었다. 흐흐.


  그 집에서 우리는 1년 정도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했는데 지하라서 공기도 안 좋고, 해도 들지 않고 습하기도 했지만 도둑도 몇 번 들어서 물건이며 은 돈들이 없어졌었고 내가 빈혈로 픽픽 자주 쓰러지기도 했고 아무튼 다 안 좋게만 생각이 들었던 그런 집이었다.


  아무튼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던 가위눌림이었는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무섭게 보였던 문에 걸어둔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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