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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16. 2020

초등학교 때 짝꿍

이런저런 이야기 66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원이라는 부반장 남자애가 있었다. 개구쟁이에 장난도 잘 치지만 공부도 잘하고 하얀 얼굴에 옷도 깔끔하게 입는 친구라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제법 있던 친구였다.


  그때 당시 담임선생님은 제비뽑기를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짝꿍을 바꾸어 주었는데 2학기가 시작한 첫날 성원이와 처음으로 짝이 되었다.

 

 한 달 동안 성원이와 짝으로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고 둘이서 엄청 재미있게 즐거운 한 달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짝을 바꾸었는데 어라, 성원이와 또 짝이 되었다. 둘이 정말 신나서 웃고 수다 떨고 하자 주변 친구들이 "둘이 천생연분이네."라며 놀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둘이 좋아서 웃고 떠들다가 담임선생님이 누가 수업시간에 이렇게 떠드냐면서 성원이와 나를 1분단과 4분단으로 갈라놓으셨고 성원이와 나에게 다른 친구와 짝을 지어주셨다.


  그 순간 그게 왜 이리 속상한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슬프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성원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날 내내 잘 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 6학년이 되어서는 복도에서 성원이와 자주 마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장난을 쳤다. 그때 애들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장난이 있었는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의 어깨를 뒤에서 살짝 안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성원이도 복도에서 나를 볼 때마다 그 장난을 치곤 했다.


  6학년 겨울 방학이 끝나고 졸업식이 다가오자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졸업을 하면 집 근처 중학교로 남자애들은 남자중학교에 여자애들은 여자중학교로 배정이 되어 이제 동네에서 마주치지 않는 이상은 얼굴을 볼 날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날 성원이에게 편지를 전해주기로 했다. 몇 날 며칠이 걸려서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편지를 완성했는데 '너를 좋아했다.'라고 마지막 글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도저히 그 편지를 전해줄 용기가 안 생겨서 편지를 전해주는 것은 그냥 포기를 했고 그 편지는 책 사이 어딘가에 끼워 두었다가 이사를 다니면서 없어졌던 것 같다.


  중학생이 되어 진짜 동네 골목에서 두세 번 정도 성원이를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한창 예민할 사춘기 때여서 그런지 왜 이리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서로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지나쳐 가곤 했다.


  그럴 때면 집에 와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성원이를 만났는데 인사 한마디도 못한 내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대 초반 아이러브스쿨(학교 동창모임 사이트)이 한창 유행하면서 나도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다녀왔다. 그리고 아이 러브스쿨 사이트에 성원이도 나중에 가입을 했고 연락처를 알게 되어 다음 동창회에 오라는 전화를 걸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지방에서 공부를 더 하고 있다며 다음 동창회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성원이는 만날 수가 없었고 나도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하면서 동창모임과도 멀어졌다.


  성원이를 그때 만나면 편하게 꼭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는지. 너도 날 좋아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말해주려고 했다. 나의 첫사랑을 이쁜 추억으로 갖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창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 사이트.

  사진출처 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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