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Dec 14. 2020

오복 상회에서의 만남

이런저런 이야기 65

  친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 오복 상회라는 채소가게를 운영하셨다. 아들이 5명이라서 오복 상회라고 지으셨다고 한다. 아빠가 그중 막내신데 20대에는 오복 상회에서 할아버지를 도와 가끔 일을 하시곤 했다.


  어느 날도 아빠는 가게에서 할아버지 대신 장사를 보고 계셨는데 젊은 두 여자분이 오셔서 이런저런 채소를 사려고 했단다. 살 것들을 다 고르다가 그중 한 여자분이


"이거 하나면 더 서비스로 주시면 안 돼요?"


라고 했고 아빠는


"손님처럼 그렇게 하나씩 더 달라고 하면 저희는 남는 게 없어요."


라고 했단다. 그러자 그 여자분은 쌩콩 하며 같이 온 친구와 함께 사려고 했던 채소값을 다 치르고 갔다.


  그리고 며칠 후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성화로 선을 보러 나갔는데 그 선자리에 서비스로 하나 더 달라고 했던 그 여자분이 나오셨단다.


  그 여자분이 바로 우리 엄마이다. 사실 엄마와 같이 왔던 친구가 할머니쪽 지인분의 가족이었고 할머니의 부탁으로 엄마 몰래 엄마를 일부러 할아버지의 가게로 데려와서 아빠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게에서 아빠를 본 엄마는

'이 남자랑 살면 굶어 죽지는 않겠네.'라는 생각을 하셨다다. 두 분만 모르셨지만 나름 소개팅을 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두 분이 선을 보신 후 아빠가 24살, 엄마가 21살 때 결혼을 하셨고 오빠와 나를 낳으셨다. 가끔 엄마는 이 얘기를 하시면서


"엄마가 그때 무슨 콩깍지가 씌웠는지,

그 젊은 꽃 같은 나이에 하필 너네 아빠랑 결혼을 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된다."

라고 하신다.


  내가 봐도 막내 티가 폴폴 나는 아빠는 생활력은 강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약주를 사랑하시고 가족보다 남들에게 퍼주기 좋아하는 그런 분이시다. 그래서 엄마는 늘 속상해하시고 힘들어하셨던 것 같다.


  아빠가 엄마에게 잘못한 게 많은 건 확실하니 앞으로는 엄마를 더 많이 웃게 해 드리고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엄마를 위해서 사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지금처럼 늘 건강하셨

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5년 만에 보는 함박눈이 펑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