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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an 05. 2021

장조림 때문에 잠 못 이룬 남편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6

  신혼초에 반찬으로 계란 장조림을 처음 만든 적이 있다. 맛있게 만들려고 시중에 파는 간장이 아닌 어머님이 주신 간장으로 장조림을 했다. 장조림과 함께 맛있는 저녁밥상을 차려주면 남편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흐뭇했다.


  그런데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남편은 코를 붙잡고 난리를 쳤다.

"여보, 이게 무슨 지독한 냄새야. 어우. 환기 좀 시키자."


  장조림으로 간장 냄새가 안 빠져서 그런가 싶어 남편이 하라는 대로 집안에 모든 문을 다 열어 환기를 시켰고 남편이 씻는 동안 남편의 저녁상을 차렸다.


  남편은 식탁에 앉아서도 숨을 못 쉬겠다며 장조림에서 꼬리꼬리한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고 계속 얘기를 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장조림을 했는데 시중에서 파는 간장 말고 어머님이 주신 간장으로 했다고 하자 어머니에게 내일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란다. 그날 밤 남편은 간장 냄새 때문에 겨우겨우 힘들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여쭤보니 그 간장은 시골에서 만든 집간장이었다. 집간장은 엄청 짜서 나물이나 요리 등에 조금씩 간을 해서 먹는 것이란다. 그리고 몇 년 된 거라 간장 냄새도 많이 날 거라고 어머님은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어머님이 주신 간장통에 집간장이라고 쓰인 작은 글씨가 보였다. 간장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결혼 전에 요리를 거의 안 해본 터라 계란 장조림을 해본 것도 그날이 처음이었다. 어쩐지 장조림 할 때 간장이 좀 짜다 싶었다. 그리고 요리를 직접 한 나는 심한 간장 냄새에 덜 민감해진 터였으리라.


  그날 이후 나는 집간장은 절대 안 쓰게 되었고 남편은 장조림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장조림을 하지 않다가 첫째 딸아이가 생기고 반찬으로 계란 장조림을 잘 먹게 되면서 다시 만들게 되었다.


  요즘도 가끔씩 두 아이의 반찬으로 계란 장조림을 만드는데 그럴 때면 남편은 간장 향에 예민해져서 환기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남편이 좋아하는 간장게장은 잘 먹어서 다행이다.



내가 만든 마약 계란 장조림

https://brunch.co.kr/@sodotel/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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