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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an 16. 2021

배달 중간에서 만나요

이런저런 이야기 72

  결혼해서 서울에서 2,3년을 살다 남편의 부서 발령으로 용인에 있는 테마파크 근처에서 4,5년을 살았던 적이 있다.


  빌라 5층에 살았는데 그 주변 지역의 개발이 묶여 있던 상태라 정말 시골스러웠다.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주변에는 온통 빌라들, 논밭뿐이었고 그나마 상가들이 좀 모여있는 곳으로 가려면 걸어서 20여분, 자가용으로 5분 이상은 가야 했다. 그리고 시내로 가려면 더 걸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장보기도 남편과 일주일에 한 번씩 큰 마트로 가서 일주일치를 사 오거나 마트 배달어플을 통해 주문해서 사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용인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 돼서 남편과 저녁 고민을 하다가 피자가 먹고 싶어 배달시켜 먹기로 했다.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이 도미노피자 밖에 없길래 전화를 했다. 피자 먹을 생각에 흥분해 있는데 직원분은 나에게 어마무시한 말을 했다.


  너무 멀어 배달이 안 되는 지역이란다. 헐. 피자배달이 안 되는 곳에 내가 사는 거야?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어이도 없고 황당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내가 너무 아쉬워하자 그 직원분이 하는 말.

"고객님, 그럼 중간에서 만나실래요? 중간까지는 배달해 드릴게요."


  허허허. 남편과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그날 피자를 포기했고 그 이후 큰 마트에 갈 때마다 피자를 사 와서 먹곤 했다. 그리고 그곳에 살게 된 지 3,4년이 지나자 드디어 피자든 뭐든 배달이 돼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두고두고 내 지인들 사이에 큰 웃음을 주는 이야기가 되었고 지금도 생각하면 참 웃기고도 슬픈 에피소드이다. 오늘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먹으면서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본다. 그래도 늦었지만 중간에서 만나자고 해주신 직원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체험장에서 딸이 만든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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