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Jan 22. 2021

죽을지도 모른다며 울던 친구

이런저런 이야기 73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절친인 친구 K에게 전화가 왔다. 엉엉 울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무섭다며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친구들 중 제일 언니 같고 늘 차분했던 K가 그런 전화를 해서 나는 너무 놀라 또 다른 절친 친구 J와 함께 K네 집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K의 집에 도착해보니 친구는 얼굴이 벌게져있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배를 부여잡고 자기방 구석에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K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화장실에 갔는데 피가 자꾸 속옷에 묻어. 그래서 씻고 속옷을 갈아입었는데 또 묻고 계속 묻어. 집에 있는 속옷을 다 갈아입었는데도 자꾸 피가 계속 나. 그리고 배가 점점 아파. 흑흑. 나 죽을병에 걸렸나 봐. 엉엉."


  J와 나는 너무 놀라서 같이 울뻔했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 번득하며 드는 생각. 혹시나 싶어 초경이 시작된 거 아니냐고 K에게 물었고 내가 5학년 때 시작했던 초경 경험을 이야기하니 증세가 정말 비슷했다.


  그래서 J와 함께 K의 어머니가 쓰시는 생리대를 같이 찾아서 K에게 주었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엄마는 배를 따스하게 하고 따스한 방에서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K는 자기 위로 오빠가 두 명이 있었고 마침 그날따라 출근하신 엄마와 연락이 되질 않아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더욱 무섭고 힘들었을 것 같다.


  그때 당시 우리는 초경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받은 적도 없었고 어머니들도 우리가 초경을 그렇게 빨리 할 줄은 생각도 못하셔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셨을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친구들 중 초경을 빨리 해서 먼저 알고 있었기 망정이지 나도 몰랐다면 진짜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안된다.


  다행히 초경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셋은 한시름을 놓았고 그때서야 셋이 엄청 웃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J와 나는 K의 엄마가 퇴근해서 오실 때까지 같이 있어 준 기억이 나고 우리 친구들은 그때 일을 지금도 추억하며 늘 웃곤 한다.



  생리통이 심한 내가 자주 애용하는 팥팩. 전자렌지에 2,3분 돌려서 배에 올리면 팥냄새가 솔솔. 잠도 솔솔 온다.




  

작가의 이전글 폭설 덕분에 오늘도 추억 하나를 만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