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절친인 친구 K에게 전화가 왔다. 엉엉 울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무섭다며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친구들 중 제일 언니 같고 늘 차분했던 K가 그런 전화를 해서 나는 너무 놀라 또 다른 절친 친구 J와 함께 K네 집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K의 집에 도착해보니 친구는 얼굴이 벌게져있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배를 부여잡고 자기방 구석에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K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화장실에 갔는데 피가 자꾸 속옷에 묻어. 그래서 씻고 속옷을 갈아입었는데 또 묻고 계속 묻어. 집에 있는 속옷을 다 갈아입었는데도 자꾸 피가 계속 나. 그리고 배가 점점 아파. 흑흑. 나 죽을병에 걸렸나 봐. 엉엉."
J와 나는 너무 놀라서 같이 울뻔했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 번득하며 드는 생각. 혹시나 싶어 초경이 시작된 거 아니냐고 K에게 물었고 내가 5학년 때 시작했던 초경 경험을 이야기하니 증세가 정말 비슷했다.
그래서 J와 함께 K의 어머니가 쓰시는 생리대를 같이 찾아서 K에게 주었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엄마는 배를 따스하게 하고 따스한 방에서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K는 자기 위로 오빠가 두 명이 있었고 마침 그날따라 출근하신 엄마와 연락이 되질 않아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더욱 무섭고 힘들었을 것 같다.
그때 당시 우리는 초경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받은 적도 없었고 어머니들도 우리가 초경을 그렇게 빨리 할 줄은 생각도 못하셔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셨을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친구들 중 초경을 빨리 해서 먼저 알고 있었기 망정이지 나도 몰랐다면 진짜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안된다.
다행히 초경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셋은 한시름을 놓았고 그때서야 셋이 엄청 웃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J와 나는 K의 엄마가 퇴근해서 오실 때까지 같이 있어 준 기억이 나고 우리 친구들은 그때 일을 지금도 추억하며 늘 웃곤 한다.
생리통이 심한 내가 자주 애용하는 팥팩. 전자렌지에 2,3분 돌려서 배에 올리면 팥냄새가 솔솔. 잠도 솔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