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무녀독남이고 나는 남매 중 막내이다. 그렇게 혼자 또는 형제가 둘인 가정에서 각자 방을 쓰며 살다가 결혼을 하고 한침대에서 잠이 드는데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과 침대에 누워 숙면을 하기 전까지는 남편의 팔베개와 남편의 품에 안겨서 스르르 잠이 든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눈이 떠지면 남편은 내 얼굴을,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남편이 놀란 소리를 듣고 나도 놀라 눈을 뜨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놀란 소리를 듣고 남편이 잠이 깨서 또 나를 보고 놀라고 말이다. 가끔씩은 동시에 눈을 뜨다가 진짜 놀란 적이 있다는. 쿨럭. 컴컴한 방에 한침대에서 아주 가깝게 눈이 마주치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진짜 공포스럽다.
그렇게 신혼초에는 남편과 잘 자다가 서로 잠을 자주 깨곤 했다. 지금은 어떻냐고? 지금은 서로의 코골이 소리에 깬다. 쩝.
남편도 나도 살이 찌니 코골이 소리도 커졌다. 흑흑. 살이 찌니 콧속 살도 찌겠지. 다행히 요즘에 큰애가 자기 방이 춥다며 안방 침대를 차지하고 그 옆에 바닥에서 나와 둘째가 자는 바람에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잔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 자게 되었는데 나름 잠을 잘 자고 있다. 흐흐.
봄이 되면 남편과 다시 합방하기로 했다. 그전까지 남편과 열심히 살을 빼야겠다. 또 자다가 깨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