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봄맞이 집 정리를 하다가 베란다 쪽 창고문을 열었는데 의자가 나왔다. 식당에서 방으로 된 좌식용에 사용하는 등받이 의자인데 몇 년 전에 구입한 나름 사연 있는 의자였다.
몇 년 전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부업이 한창 유행이던 적이 있었는데 주변에 친한 엄마들이 애들 간식비나 벌어본다며 너도나도 하는 걸 보니 나도 욕심이 생겨 시작하게 되었다. 화장품 케이스 안에 보자기를 붙이는 부업이었는데 하다 보니 나름 쉽고 재미도 있었다.
첫째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없을 때 매일 조금씩 부업을 했는데 하다 보니개당 단가는 얼마 안 되지만버는 맛에 욕심이 점점 생겼다. 그래서 딸아이가 잠든 밤에도 조금씩 더 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그거 얼마나 번다고 하지 않는 게 좋지 않냐고 했지만 소소하게 조금씩 하는 거니 괜찮다고 했다.
아침마다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 재료로 거실 바닥에 앉아 작은 책상을 두고 부업 작업을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2,3주가 지나다 보니 어깨도 쑤시고 손목도 아프고 특히나 허리가 점점 아파지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등받이 의자를 구입했는데 허리도 덜 아프고 너무 편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등에 담이 오고 어깨가 너무 아파서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편은 배보다 배꼽이 더크다며 부업을 그만두라고 했다. 부업한답시고 몸만 상하고 의자와 한의원 치료비가 부업비보다 더 비싼 거 아니냐,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한 거라며 엄청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바로 다음날 부업을 그만두겠다고 연락을 했고 며칠 동안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앉은뱅이 의자는 몇 주 뒤부터 창고에 넣어두었다. 의자를 볼 때마다 남편이 부업 생각이 날 테고또 잔소리를 할까 싶어서였다.
집에서 놀면 뭐하나 싶어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는 내 마음은 알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충분히 속상하고 화가 날만한 일이었다.
요즘 허리가 자주 아프던데 그 의자나 다시 꺼내서 먼지 털고 닦고 말려서 잘 써야겠다. 의자는 죄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