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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22. 2021

국민학교 입학식 날

이런저런 이야기 94

  38년 전 국민학교(그때 당시에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라고 불렀음) 입학식 날. 전날부터 감기로 몸이 안 좋으신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와 함께 학교를 가게 되었다.


  엄마의 껌딱지였던 나는 엄마가 아닌 아빠와 처음으로 가는 국민학교 입학식이 너무 불안하고 떨렸다. 특히나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엄마 왔고 아빠랑 온 친구들은 거의 없었기에 더욱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목소리도 작고 내성적인 편이었다. 그러자 엄마는 집을 나서기 전에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크게 대답을 하라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서 배정된 반을 찾아가 줄을 서 있으니 담임선생님은 60여 명이 넘는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셨는데 드디어 내 이름을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샬롬!"(가명)

"네에~."


  나름 크게 대답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하며 한시름 놓았는데 잠시 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또 들렸다.


  '헉. 뭐지? 내 이름을 왜 부르지? 내가 비슷한 이름의 친구일 때 대답을 했나? 다시 지금 대답을 또 해야 하나?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네."라고 대답을 또 해버렸고 나는 무섭고 떨려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있던 아빠와 눈이 마주치니 아빠는 괜찮다는 입모양을 하시면서 웃고 계셨다.


   이름을 다 부르고 나서 선생님은

 "혹시 대답 하지 않은 친구나 이름을 부르지 않은 친구 있나요?"

라고 물었고 한 여자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셨다.


  나중에 아빠한테 들은 얘기로는 같은 반에 이샬론(맨 뒷글자만 살짝 다른 이름)이라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도 나처럼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나도 그렇지만 그 친구도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거 같긴 한데 다른 친구가 자꾸 대답을 했으니 말이다.


  나의 국민학교 입학식 첫날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이 아닌 이렇게 무섭고 당황스러웠던 날로 기억이 돼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 때문에 대답도 제대로 못했던 그 친구에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말이다.


  기억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특히나 좋은 기억들이 많아야 좋은 것 같다. 그런기억들로 살아갈 힘이 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기쁘고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들을 많이 갖게 해 줘야겠다.

  

초등학교 1학년때 딸아이 모습

  https://brunch.co.kr/@sodotel/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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