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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15. 2021

우리 가족의 첫 글램핑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21

  재작년까지 우리 가족은 경남 진주에서 4년을 살았다. 경기도로 다시 이사 오기 전 두 아이와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자 며칠 동안 폭풍 검색을 해서 집으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글램핑을 다녀왔다.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글램핑 가기 전날 검색을 하니 당일날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았다. 잠시 절망하여 예약을 취소할까 미룰까 하다가 오후에만 잠깐 비가 온다는 뉴스를 듣고 원래대로 글램핑을 가기로 했다.  


  글램핑에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비가 쏟아졌고 그래서인지 그날 글램핑을 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다행히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글램핑장이라서 비가 계속 많이 왔지만 학교 건물로 쓰던 곳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가 있었다. 학교 건물 안에 교실들을 각 테마에 맞게 키즈카페처럼 꾸며져 있었다.


  방방 뛰며 노는 교실, 미니 자동차를 타는 교실, 미끄럼틀과 각종 여러 가지 놀이시설이 있는 교실, 장난감 교실 등등을 오롯이 우리 아이들만 사용하며 재미있고 즐겁게 놀 수가 있었다. 두 아이와 한참을 놀다가 우리가 예약받은 곳으로 들어갔다.


  엄청 커다란 텐트였는데 입구 쪽에는 식탁과 싱크대등이 있고 더 들어가니 큰 방하나에 침대와 티브이, 에어컨 등등 없는 게 없이 다 있었다. 딱하나 화장실만 밖에 있어서 그게 좀 아쉬웠지만 다른 건 다 좋았다.


  준비해온 과자, 과일 등을 아이들에게 먼저 먹이고 남편과 나는 바비큐를 할 준비를 했다. 채소도 씻고 쇠고기, 돼지고기, 새우, 쥐포, 떡 등을 준비한 후 차례대로 구워 아이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남편과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맥주도 한잔씩 마시고 아이들은 티브이를 보다가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을 갖 놀기도 했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좋던지. 몸은 좀 힘들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함에 기분이 좋았다.


  10시 즈음 아이들이 졸려해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준비를 했다. 지퍼식으로 이중 텐트를 잘 잠그고 글램핑 사장님이 남은 음식은 밖에 두지 말고 정리를 잘하라는 당부가 생각나서 마무리도 확실히 했다. 들고양이들이 남겨둔 음식 냄새를 맡고 올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잠이 들고 나와 남편은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텐트 지퍼를 열고 보니 고양이들이 휴지통 근처에 오기도 하고 싱크대 근처와 식탁 위에 올라왔다 내려가기도 하는 등 계속 소란을 피웠다.


  잠자리가 바뀌기도 했고 처음 해본 글램핑이라 남편과 나는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잠깐씩 잠을 자다 깨다 반복했다. 남편은 괜히 신경이 쓰인다며 수시로 텐트 지퍼를 열어 밖을 자주 열어보았는데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너구리 같이 생긴 녀석들 우리 텐트 앞을 서성이고 있어 쫓아내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 가족만 글램핑을 하니 동물들에게 집중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 넓은 글램핑장에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에 괜히 무섭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도 들려서 으스스 하기도 했다.


  동물들과의 신경전으로 나름 피곤한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전날 저녁때까지 내린 비는 비가 언제 왔냐는 듯 해가 쨍쨍하게 비추는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아이들은 비가 오지 않자 아무도 없는 그 넓은 글램장에서 엄청 잘 놀았다. 잔디에서 레일썰매도 타고 금붕어 잡기, 방방에서 놀기, 자전거 타기, 씽씽카 타기, 수영장같이 만들어둔 곳에서 작은 배도 타고 비눗방울 놀이도 하는 등 정말 신나고 알차게 놀았다.


  쉬지 않고 너무나 잘 노는 아이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 소리에 남편과 나도 웃게 되고 가족함께라서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었다. 행복은 역시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글을 쓰면서 우리 가족의 첫 글램핑 사진들을 다시 보니 2년 전 그날이 꿈같이 느껴진다. 곧 다시 가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우리 가족이 처음 다녀온 글램핑장

https://brunch.co.kr/@sodotel/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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