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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02. 2021

내가 말만 하면 환호가 쏟아졌던 날

이런저런 이야기 115

  25년 전쯤 대학교 방학 때 과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같은 과에서 마음이 맞고 친한 친구들 남녀 열명 정도가 모여 여행 계획을 세우고 회비를 걷어 봉고차까지 렌트를 했다.


  그래서 결정한 우리의 여행 목적지는 대구였다. 같이 여행을 하기로 한 친구 중 A의 집이 대구였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모두들 대구를 가고 싶어 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는 4,5시간 정도 걸려 대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바로 식사를 하러 갔다. 그 당시 그렇게 유명하다던 돼지국밥을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까지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 중 절반 이상은 근처 시장을 구경하러 갔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들은 카페로  음료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A의 고향 친구들도 우리와 합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대구 친구들이 궁금했고 대구 친구들은 우리가 궁금했던 차였다.


  잠시 후 4,5명 정도의 대구 친구들이 카페에 합류했고 우리는 서로 동갑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며 친해졌다. 카페에 온 우리 일행은 어쩌다 보니 남자 세명에 나 혼자 여자였는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대구 친구들은 난리가 났다. 별 말이 아닌 아무 말이나 막 해도 엄청 좋아했다.

"우어, 서울말이다."

"어머, 말이 너무 이쁘다."

"또 말해봐라. 계속 말해봐라."

라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대구 친구들이 하는 말이 서울 말씨가 너무 신기하고 이쁘단다. 반대로 나는 대구 친구들의 사투리가 너무 귀엽고 좋았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대구 친구들은 옷도 잘 입고 이쁘고 멋져 보였다는 것이다. 대구 시내를 걷다 보니 더 확연하게 느껴졌는데 대구 남자들은 멋있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이뻤다.


  그러자 한 친구가 하는 말이 그 당시 패션의 시작은 부산,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단다. 패션이나 유행의 이동이 일본에서 부산, 그리고 대구를 거쳐 서울로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내가 말만 하면 환호성을 지르던 그때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고 즐거웠던 기억이었다. 정말 신나고 좋았던 여행이었는데 아쉽게도 1박 2일이었다. 2박 3일 또는 3박 4일의 여행이었다면 대구 친구들과 더 좋은 추억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은 언제나 항상 옳은 듯하다. 아, 여행 가고 싶다.



대구 돼지국밥 또 먹고 싶네. 아래사진은 용인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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