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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07. 2021

코로나 검사하다 코피가 난 아들

이런저런 이야기 116

  남편이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연달아 4,5번 정도의 재채기를 자주 했다. 그리고는 피부에 알레르기처럼 팔과 다리, 허벅지에도 일어났다.


  그러더니 재채기가 점점 심해져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하더니 콧물이 엄청 나왔다. 또 머리가 아프고 목이 아프다고 얘기했다. 다행히 열은 살짝 미열 정도였다.


  아무튼 그래도 빨리 병원에 가자고 하니 이틀은 하루 종일 교육받는 것이 있어 안되고 다음날 병원에 가야겠단다. 그래서 드디어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보건소에 가니 증상이 코로나로 의심되니 유증상자 검사로 받으라고 해서 유증상자 줄로 서서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결과나올 때까지 병원에 가지 말고 집으로 바로 가라고 했단다.


  남편이 집에 와서 이 상황들을 얘기해주니 괜히 찜찜하고 불안했다. 혹시나 싶어 아이들의 체온을 재니 37.1도, 37.4도, 37도. 나와 아이들 다 미열이 있다.


  갑자기 별의별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내일 코로나 확진이 되면 나와 아이들도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할 텐데 보건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지? 장롱면허라 나는 운전이 힘든데.'


'남편도 나도 코로나 확진이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양가 부모님들 중 어디에 맡겨야 하나.'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면 나와 아이들은 자가격리로 집에만 있는 건가?'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면 둘째 유치원에도 연락드려야 하고 또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지?'


  수만 가지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나와 아이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그 시간이 오후 5시. 보건소에 전화하니 5시 40분까지는 와야 검사가 가능하단다. 후다닥 아이들 옷을 입혀서 온 가족이 보건소로 향했다.


  주차공간이 없어 남편은 주차를 하고 있기로 하고 나와 아이들은 보건소 입구 쪽에 코로나 검사받는 곳으로 바로 들어갔다.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 3개를 작성하고 3개의 약병을 받았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부스 안에 팔만 밖으로 나와있는 검사직원분이 계신다.


  5살 아들에게 엄마가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을 거라고 잘 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코로나 검사를 두 번째로 하는 거니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했다. 그리고 둘째 아들 차례. 내 무릎에 아들을 앉히고 아들을 꽉 붙잡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먼저 목부터 긴 면봉이 들어가니 "우웩." 하며 욕지기를 하며 소리를 지르는 아들. 발버둥을 치는 아들에게 빨리 검사를 끝나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말한 뒤 아들을 조금 더 꽉 잡았다. 코에도 긴 면봉을 넣으니 더 난리를 치는 아들. 그런데 긴 면봉이 코에서 나오자마자 면봉 끝에 피가 보였고 아들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흐른다.


  아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잠시 후 토까지 했다. 에휴, 이게 웬 생난리인가 싶다. 코로나 검사는 특히 미취학 아이들은 진짜 못할 짓이다. 다행히 친절하신 보건소 직원분들이 아들도 달래주고 내가 아들의 토를 치울 때도 다 도와주셨다.


  10분 정도 억울한 듯 엉엉 울던 아들을 진정시키고 집에 가서 빨리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다. 11살인 첫째 딸아이는 이제 제법 컸다고 검사도 아주 수월하게 잘 받았다.


  그날 밤 아이들이 다 자고 남편과 코로나 검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다음날 결과가 걱정된다는 말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드디어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당일 아침이 되었다.


  내가 한 달 전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았을 때 검사 결과가 다음날 8시 53분에 문자가 왔던 기억이 나서 8시 50분부터 문자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9시 10분이 되었는데도 문자가 없다. 흠, 코로나 확진이면 전화가 온다던데 전화도 없다. 검사 결과를 봐야 둘째 유치원도 보내고 남편도 병원에 갈 수 있을 텐데 통 연락이 없다.


  안 되겠다 싶어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나와 아이들은 모두 음성. 그리고 남편의 결과도 알려달라고 했다. 주민번호를 다시 확인한다며 불러달란다. 그러더니 "잠시만요."라며 정적이 흐른다.

헉, 진짜 남편은 코로나 확진인가 라는 생각에 심장이 벌렁벌렁.


  그리고 들리는 음성.

"음성이시네요."

 "휴. 감사합니다. 여보, 음성이래!"라고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바로 알려주었다. 남편도 한시름 놓는 표정이다. 바로 남편은 병원으로 향했고 나는 둘째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축농증에 비염에 감기란다. 약을 지어오고 영양제 주사를 맞고와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다시는 코로나 검사를 받는 날이 오지 않길. 그리고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기도해본다.




나와 아이들의 코로나 검사결과 세개가 주르륵 내 폰으로 발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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