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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13. 2021

고장이 안 나서 혼났네

이런저런 이야기 122

  우리 집 냉장고의 나이는 첫째 딸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16살이다. 16년 전 신혼가전으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냉장고이다. 화이트색의 양문형 냉장고인데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문이 부식이 된 곳도 있고 화이트색이 지금은 미색이 되었다.


  게다가 두 아이들이 미술작품들을 만들어 붙이고 떼고 하다 보니 정말 지저분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그런 냉장고였다. 이런 냉장고를 몇 년 전부터 바꾸고 싶었는데 고장 한번 나질 않는 것이었다. 흠, 너무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탈이었다. 쿨럭.


  암튼 뭐가 좀 안되고 고장이 나야 남편에게 떳떳하고 자신 있게 냉장고를 바꾸자고 할 텐데 너무너무 성능이 좋아 잘되니 바꾸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냉장고 제일 아래쪽 야채칸과 과일 칸 서랍 손잡이가 점점 금이 가더니 깨졌고 열고 닫는 것이 잘 안되어 서랍 쪽은 아예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남편이 냉장고를 바꿀 때가 되었다며 알아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야호, 만세. 드디어 냉장고를 바꾸는구나. 너무 신난다.


  일주일 동안 남편과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가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가 달린 냉장고를 선택했다. 앞으로 또 10년 이상 사용할 냉장고이니 그래도 최신형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찬물을 자주 먹는 아이들과 아이스커피를 애정하는 우리 부부에게 얼음이 필수여서 고민 끝에 결정한 냉장고였다.


  냉장고를 주문하고 일주일이 된 어제 드디어 새 냉장고가 도착했다. 우어, 냉장고가 있는 우리 집이 괜히 멋있어 보이고 좋아 보인다.


  남편에게는 못한 말이었는데

'16년 된 냉장고, 고장이 안 나서 혼났네.'


  어제, 오늘 냉장고만 바라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당분간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냉장고만 바라봐야지. 흐흐.


https://brunch.co.kr/@sodotel/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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