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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28. 2021

아빠 꺼는 기름 빼

이런저런 이야기 127

  엊그제 일요일, 친정부모님이 놀러 오셨다. 우리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사시는 부모님은 가끔씩 손자, 손녀들을 보러 종종 놀러 오신다. 


  주말이면 아빠와 엄마는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시는데 공휴일이나 주말이면 좀처럼 집에서 가만히 있기 싫어하시는 아빠이기 때문이다. 


  암튼 친정 부모님이 오셨길래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하다가 두 분이 좋아하시는 냉면을 시켜먹기로 했다. 집 근처 배달 맛집인 냉면집에 주문을 하기로 했다. 아빠는 비냉, 엄마는 물냉을 시키라며 엄마는 말씀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식당에서나 집에서 음식 주문을 하면 꼭 하시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아빠 꺼는 기름 빼는 거 알지?"


  그렇다. 우리 아빠는 기름이 들어간 음식은 거의 드시지를 못한다. 냉면에도 기름을 빼야 하고 나물에도 기름 뺀 것을 드신다. 오죽하면 김밥 위에 참기름을 바른 것도 드시지 않을 정도이다.


  아빠가 기름이 들어간 음식을 드시지 않는 데에는 군대생활에서 시작되었다. 군대에서 어느 날 밥과 함께 국이 나왔는데 갈치를 우리고 또 우려서 만든 국에 기름이 둥둥 떠있는 그런 국이었는데 그걸 며칠씩 드셨다고 한다. 


  맛도 없고 밍밍한 맛에 기름기가 엄청 많은 국은 엄청 비린내가 났고 너무 느끼하기만 한 그런 맛이었단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드셨고 또 군대에서 밥을 남기면 절대 안 되니까 억지로 드시긴 했는데 그 이후 아빠는 기름기가 있는 음식은 거의 드시지 못하게 되셨다고 한다.


  김치찌개 같은 고기에서 나온 기름은 그나마 조금은 드시지만 미역국도 엄마가 기름 없이 담백하게 끓인 것만 드시고 나물, 김밥, 냉면 등등 음식에 기름이 들어가면 절대로 드시지 않는다. 


  가끔은 기름이 들어간 음식을 드시지 않는 아빠가 짠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참기름, 들기름 같은 기름들로 인해 더욱 맛있게 고소해지고 음식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시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기름을 드시지 않아 힘들어진 건 엄마였으리라. 반찬을 할 때 기름을 뺀 것과 기름을 넣은 것 두 가지씩 만드셨으니 말이다. 



아빠는 절대 드시지 못할 기름떡볶이

  https://brunch.co.kr/@sodotel/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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