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나를 힐끗 보더니 집 쪽으로 향하는 딸.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딸아이에게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왜 엄마를 봤는데 인사도 안 하고, 왜 그랬냐고 물으니 밖에서는 쑥스럽단다.
뭐가 쑥스럽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딸은
"음, 밖에서 엄마랑 아는 체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알게 되는 게 싫고 그런 게 그냥 쑥스러워."
"엄마가 창피해?"
"아니, 엄마가 창피한 게 아니고 그냥 엄마 말고 아빠나 동생을 밖에서도 만나면 나는 쑥스럽더라고."
며칠 전에도 남편과 딸아이가 집 앞에서 만났는데 역시나 딸아이가 아는 체를 안 해서 남편도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딸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밖에서 가족들을 만나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데 집안이든 집 밖이든 똑같이 사랑해주고 표현해줘야 한다고 말이다.
남편과 나는 그날 밤 둘이서 심각하게 딸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그러자 남편도 중학교 때 잠깐 부모님을 밖에서 만나면 딸처럼 쑥스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사춘기 때라 그랬던 것 같다고.
반대로 나는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밖에서 특히 엄마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좋아서 "엄마!"하고 소리치며 달려가서 팔짱을 끼고 다녔는데 말이다. 대신 두 살 위 오빠를 만나면 무척 쑥스럽고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오빠도 나를 창피해하고 말이다.
암튼 작년부터 슬슬 사춘기에 들어선 딸이라 그런가. 엄마 껌딱지였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엄마를 밖에서 만나면 쑥스럽다는 초등 4학년 딸아이가 너무 낯설고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