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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23. 2021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던 날

이런저런 이야기 132

  마흔 후반을 살아오면서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초등학생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위에 눌린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둑이 든 날이었다. 가위에 눌렸던 기억은 내 브런치에도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엄마와 낮잠을 자다가 문에 걸린 수건을 보고 가위에 눌린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7,8살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 당시에는 마당 있는 집에 서너 집이 같이 사는 그런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집주인이 살던 공간에 세 들어 살고 있었는데 양쪽에 방이 있고 가운데 마루가 있고 마루 밖으로 신발을 신고 몇 걸음 가면 바로 부엌이 있던 집이었다.


  방하나는 부모님이 쓰시고 나머지 방은 오빠와 둘이서 같이 썼는데 어느 겨울밤이었다. 잠을 자다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는지 눈이 딱 떠졌다. 그리고 눈이 떠지자마자 오빠와 내가 나란히 자고 있는 머리 쪽 벽 위쪽에 창문이 있었는데 창문이 천천히 스르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옆에서 자고 있던 오빠를 부르던지 깨우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손을 뻗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창문이 다 열리고 모자를 쓴 사람 머리가 쑤욱 들어왔는데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무섭고 공포스러워서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아마 자는 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몸은 덜덜 떨리고 식은땀도 나고 눈은 못 뜨겠고 그 상황이 너무나 무서워서 눈을 감고 이불을 덮은 채 그냥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아무런 낌새도 없는 것 같아 눈을 떠보니 창문은 그대로 열려있었고 그 도둑은 아마 가버린 것 같았다.


  아마 훔쳐갈 게 있나 없나 창문을 열어 머리를 들이밀고 지켜보다가 애들만 자는 방이라 훔쳐갈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 도둑은 가버린 것 같다. 그때 우리 방 창문의 크기는 날씬한 성인이라면 가까스로 들어올 정도였다.


  도둑이 가고 없는데도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려 걸을 수가 없자 천천히 기어서 엄마, 아빠가 자고 있는 안방을 향했다. 기어가는데 눈물이 막 나기 시작했고 우리 방 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 안방 문을 두드렸다.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몇 번을 시도하다 겨우 "어엄... 마아...." 하며 방문을 크게 두드렸고 그 소리에 놀란 부모님은 바로 나와서 나를 안아주셨고 펑펑 울다가 그날은 안방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잤더랬다.


  지금도 생각하면 참 아찔한 게 그 도둑이 오빠와 내가 자고 있는 방 창문으로 들어왔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며칠 전 꿈에 도둑이 든 꿈을 꾸어서 그런지 어릴적 그날이 갑자기 생각났다. 음, 로또나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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