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4시쯤 둘째를 하원 시키러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입구에는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분 한분이 계셨는데 평소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처음 뵙는 분이다 싶었다. 1년 동안 다닌 곳이라 둘째와 같은 반 친구들의 보호자 얼굴을 거의 다 알기 때문이었다.
입구에 계시던 선생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둘째를 하원 준비시키겠다며 안쪽으로 들어가셨다. 그러자 그 남자분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하는 말.
"40대예요?"
"네? 네.. 40대인데요."
"저 애가 아들이에요?"
"네."
아니, 다짜고짜 40대냐고 묻는 질문에 왜 이리 짜증이 나고 화가 나던지. 왜 그러시냐고 물으려는데 둘째가 나와서 나는 둘째 손을 잡고 집으로 빨리 돌아와 버렸다. 그날따라 모자를 질끈 쓰고 패딩잠바를 입고 가서 그런 건지. 40대는 맞는데 갑자기 40대냐고 묻는 말에 기분이 팍 상했다.
물론 내가 미인도 아니고 동안도 아니고 40대 중반을 넘긴 후반으로 가는 엄마이긴 하지만 빈말이라도 좀 좋게, 정중하게, 기분 나쁘지 않게 물어보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집에 와서 남편에게 얘기하니 남편도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며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남편이 같이 내 기분을 공감해주자 나는 오히려 그 남자분을 옹호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여보, 그 남자분도 학부모인데 새로 유치원을 알아보러 오셨나 보지. 유치원에 와서 상담하다가 4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보이니까 아마도 반갑기도 하고 유치원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
그러자 남편도 수긍이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40대는 맞지만 40대냐고 묻는 질문에 기분이 너무나 좋지 않았던 나는 다짐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피부관리와 다이어트를 다시 하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