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 노력(인공수정, 시험관)을 몇 년째 하다 보니 생리가 불규칙해졌다. 마지막 시험관 성공으로 큰 딸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둘째를 마흔 초반에 자연임신으로 낳고 나서는 오히려 생리가 규칙적으로 변했다.
규칙적으로 잘하던 생리를 지난달에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지 벌써 3주 차가 되어간다. '이번에는 왜 이리 늦지? 딱히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는데. 몸이 안 좋아진 것도 아니고. 댄스 다이어트하면서 살도 빠지고 몸이 더 좋아진 거 같은데.'
그러다 번쩍 드는 생각. 헉, 설마. 임신? 피임도 제대로 잘했는데. 그래도 백 퍼센트 피임은 없다는데. 마흔 후반인데. 에이, 설마 하면서 어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앞 약국으로 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갔다. 그리고 속으로 남편한테 욕을 했다.
'수술 좀 하라니까 빨리 안 하고. 어휴.'
임신테스트기를 사 와서 벌벌 떨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내 나이가 마흔 후반인데 임신이면 어떡하지? 첫째가 12살, 둘째가 6살인데. 셋째까지 어떻게 키우지? 둘째 때는 조산기로 서너 달을 입원했다가 낳아서 진짜 셋째는 안되는데. 하아.'
드디어 임신테스트기에 나온 결과는 한 줄이었다. 휴우. 십 년 감수했네. 그런데 요즘 내 몸상태가 이상하긴 했다.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가 내렸다가를 계속 반복한다. 거기다 짜증도 좀 나고 우울하기도 했다가 하고 말이다.
친구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친구가 하는 말.
"너 폐경 오는 거 아냐? 요즘 폐경도 빨리 온대."
산 넘어 산이라더니. 임신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폐경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걱정이 시작되었다. 폐경이면 몸이 안 좋아지고 여기저기 아프다던데. 다음 주는 산부인과를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