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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01. 2022

너무 편해 늘 죄송한 며느리

이런저런 이야기 136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는 설날 3일 전부터 매일 설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날은 호박전, 고구마튀김, 깻잎전, 무생채 나물을, 두 번째 날은 두부전과 맛살전, 삼색 꼬치 전도 만들었는데 하루에 서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퍼백에 이쁘게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설날 전날은 남편과 함께 닭을 염지해 두었다. 설날 당일에 오후에 시부모님께 맛있게 튀겨드리기 위해서 말이다.


  왜 음식을 미리 조금씩 만들어 두냐면 나는 너무 편하고 늘 죄송한 며느리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항상 명절 일주일 전부터 매일 한두 가지씩의 요리들-잡채, 갈비찜, 사골육수, 동그랑땡, 나물 등을 조금씩 만드셔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잘 넣어 두신다.


  그리고 명절 전날부터 해동을 하게 꺼내 두시고 명절 당일에 음식들을 다시 프라이팬에 살짝 볶거나 데워서 먹는데 정말 맛있다. 워낙에 음식 솜씨와 센스가 뛰어나신 어머니이시기도 하다.


  그런 시어머니가 힘드실까 봐 아무것도 하시지 말라고 늘 말씀드리지만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들을 미리 만들어 두셔서 나는 명절 때마다 시댁에 가면 딱히 할 게 없어 늘 죄송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어머니가 두세 가지 요리만 딱 하시고 나머지는 내가 조금씩 만들어 가기로 해서 며칠 전부터 이렇게 요리를 조금씩 만들었던 것이다.


  남편이 무녀독남이고 딱히 제사를 드리지 않는 시댁인지라 우리는 늘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해서 명절을 보내는 편이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인 나에게 평소에도 워낙 이뻐해 주시고 잘해주시는 분이셔서 명절에 가면 나는 설거지 빼고는 딱히 할 일이 없다.


  김장을 해본 것도 결혼 17년 차 중에서 5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결혼 6년 만에 첫애를 힘들게 가졌고 다시 6년 후 마흔 중반에 둘째를 육아하는 며느리라고, 네다섯 시간 걸리는 지방으로 4,5년간 잠시 떨어져 지낼 때도 멀리 사는 며느리라서 어머니는 김장할 때 나를 부르지 않으시고 아버님과 두 분이서 김장을 하셨더랬다.

  

  나는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한 며느리인가 보다. 오죽하면 남편은 늘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당신은 남편복은 없어도 시부모님 복은 있잖아."

  

  맞다. 그런가 보다. 나는 진짜 너무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한 며느리다.


  오늘 오후 어제 염지 해둔 닭을 튀겨 치킨을 만들어 드리니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 더 많이 맛난 음식 해드리고 더 많이 웃게 해 드리고 효도해야지.


미리 조금씩 만든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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