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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04. 2022

각오하고 다녀온 제주도 여행 1탄

이런저런 이야기 139

  2주 전,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두 달 전부터 계획한 여행이었고 숙소 세 곳 모두 요금을 내고 예약한 상태였다. 취소는 안된다고 해서 계속 연기만 하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어마 무시하게 나오자 더 증가하기 전에 조심히 다녀오자는 생각에 제주도로 떠났다. 코로나로 인한 걱정이 많아서 갈까 말까 수십 번을 남편과 고민했지만 결론은 조심히 다녀오자였다.


  초등 5학년 딸, 6살 아들인 남매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는데 역시나 짐이 엄청나게 많았다. 거기다 코로나 상비약들, 체온계, 일회용 손 비닐, 일회용 수저, 젓가락도 챙겼고 스프레이형 소독제, 의류용 소독제, 손세정 겔, 스프레이 손세정제 등등까지도 다 챙겨갔다. 그리고 혹시 몰라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도 챙겼다.


  준비물을 챙기다 보니 제일 커다란 캐리어 하나, 중간 캐리어 하나, 둘째의 유아용 캐리어 하나, 등에 매는 큰 배낭가방까지 두 개였다. 준비물을 다 챙기고 나자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지쳐버려서 '가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의 제주도 여행은 첫날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서 마지막 날 저녁 비행기로 오는 4박 5일 일정이었다. 비행기 티켓도 특가로 나온 것들이 많아서 그나마 착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초등 5학년인 큰 딸아이는 이번에 세 번째로 가는 제주도 여행이었지만 어릴 적에 간 거라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6살 둘째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라 엄청 흥분해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탑승하자마자 남편과 나는 너무나 창피했다. 특히 나는 엄청나게 힘들었다. 좌석 세 개가 붙어 있는 쪽에 나, 딸, 아들이 앉았는데 아들이 창가 쪽이었다.


  아들은 비행기가 뜨자마자 무섭다, 소리가 시끄럽다, 귀가 아프다, 언제 도착하냐, 비행기가 싫다는 등의 말들을 찡찡거리고 떼를 쓰면서 하는데 하아 한숨이 계속 나왔다.


  사람들이 많은 비행기 안에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계속 어르고 또 어르고 젤리 같은 것을 조금씩 주면서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다니.


  아들의 자리 앞좌석에 있던 젊은 청년한테 너무나 미안했다. 계속 발로 차고 두드리고 시끄럽게 떼를 쓰는 아들로 인함이었다. 하지 말라고 계속 말해도 잠시뿐 아들은 가만히 있질 못했다.  


  중간통로로 떨어져서 혼자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이 부러웠다. 남편은 비행기가 제주도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들 덕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그랬단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단다.


  1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이제 좀 살만 하겠다 했는데 웬걸. 아들은 여행을 왔는데 왜 밤이냐면서 짜증을 냈고 힘들다면서 또 떼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공항 근처로 예약한 숙소로 향했고 짐만 내려놓고 근처 시장으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들은 택시 안에서도 계속 징징거리고 짜증을 냈다. 남편과 나는 정말 멘붕이 올 정도로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도 일단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참고 또 참고 시장으로 갔는데 유명한 야시장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너무나 많은 인파에 코로나 걱정이 되고 무서웠다.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아이들에게 문어빵 두 개를 사서 주었는데 문어빵 파는 곳에 줄이 없길래 그것도 겨우 산 음식이었다. 두 아이와 나는 사람들이 그나마 없는 시장 한쪽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남편이 먹을거리를 사 가지고 오기로 했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아들은 문어빵을 먹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이 사 온 먹거리를 가지고 다시 택시를 탄 후 숙소로 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소독 스프레이와 의류소독제를 여기저기 마구 뿌렸다. 그리고 온 가족 모두 손을 깨끗이 다 씻고 드디어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닭강정, 샌드위치, 햄버거를, 남편과 나는 딱새우와 회를 맥주와 함께 먹었다. 캬, 바로 이맛이지. 딱새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회는 정말 쫄깃쫄깃 맛있었다.


  그날 하루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사르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제주도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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