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셋째 날이다. 우리 네 식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행 내내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남편과 나는 오메가 3와 종합영양제를, 5학년 딸아이는 비타민C, 그리고 6살 아들은 젤리형 영양제 두 가지를 먹었는데 확실히 덜 피곤 하고 효과가 있었다.
오늘은 제주 올패스 체험으로 두세 개를 하고 하나는 올패스 말고 이용권을 따로 구입한 곳을 가기로 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아트서커스였다. 중국분들이 서커스묘기 같은 쇼를 하는 것이었는데 "어머 머머", "아이고 떨어지면 어떡해."라는 말들이 나도 모르게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쇼를 한참 잘 보고 있는데 역시나 아들이 지루하다며 나가자고 했다. 나는 공연 30분을 남기고 아들과 나와서 건물 밖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들은 핫바 하나를 사주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수혈하며 남편과 딸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공연 5분을 남기고 아들이 다시 들어가잔다. '그래, 가자. 다 네 마음대로 해라. 쩝'
아들과 공연장으로 다시 들어가자 구모 양의 원형 철창으로 만들어진 좁은 곳 안에서 오토바이 세대가 이리저리 회전을 하고 있었다. 우와, 아들이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해졌고 그 5분 동안을 아들은 초집중을 하며 좋아했다. 공연 내내 사진 촬영은 금지라 찍지 않고 건물 밖 입구 사진만 기념으로 찍었다.
이동을 하는 내내 우리는 제주도에서 산 귤 두 박스를 열심히 먹으면서 다녔다.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집에 갈 때 꼭 사 가지고 가야겠다 다짐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크리스마스 뮤지엄이라는 곳이었는데 아들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우리는 체험키트만 받아서 왔는데 나무목재로 된 집을 만들어 색칠을 하고 집안에 초모양 전등을 넣어 램프를 만드는 체험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집에 올 때 둘째를 달래는데 요긴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출출한 것 같아 이번에는 먹으러 갔다. 몇 년 전에도 왔었던 오설록이었다. 첫째가 4살 때도 왔었는데 녹차 아이스크림을 어찌나 잘 먹던지. 그 생각이 나서 둘째에게도 꼭 먹게 해주고 싶었다.
오설록 옆 제주 이니스프리에는 녹차밭이 있었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사진을 찍으려고 폼을 잡고 있으려니 둘째가 녹차밭 좁은 길 사이를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동생을 잡으러 가는 첫째, 다시 도망가는 둘째. 둘이서 그곳에서 열심히 뛰어다녔더랬다.
잠시 후 오설록으로 갔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대기줄도 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온 가족 모두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받았는데 우유맛과 녹차맛 두 가지를 고를 수가 있어서 인원수대로 두 개씩 주문했다. 그리고 마카롱 같은 것도 네 개 사서 먹기로 했다.
실내에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실외 테이블에서 먹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너무나 추웠다. 아이들은 녹차맛 아이스크림이 진짜 맛있다며 좋아했고 남편과 나도 당 충전을 하며 딸리는 기력을 보충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 돼서 우리는 차에 가서 나머지를 다 먹었다. 참 신기한 녹차 아이스크림.
아이들은 제주도에 오기 전에는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오설록 아이스크림은 몇 년 전에도 그렇고 어린아이들이 정말 잘 먹고 좋아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먹었던 녹차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다음으로 간 곳은 남편도 나도 궁금했던 곳인 아트뮤지엄이었다. 디지털과 빛 그리고 작품들이 어우러진 곳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빛으로 만들어진 멋진 공간들이 정말 멋있었다. 환상적으로 사진이 나온 곳이긴 하나 가격치고는 좀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사람들도 많고 해서 한적하게 사진을 여유롭게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특히나 어린 둘째는 혼자 막 앞서 나가기 일쑤라 쫓아다니는 통에 힘들었다는.
5학년 큰 딸아이와 6살 둘째 아들의 체험여행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무난한 체험으로 남편이 아주 꼼꼼하게 계획하고 동선도 짜서 다닌 여행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온 가족 모두 함께 오랜만에 온 여행이니 감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