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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18. 2022

차라리 빨리 두줄이 나왔으면

이런저런 이야기 144

  첫째 11살 딸아이가 38도 넘게 열이 난지 이틀째 아침이다. 일어나자마자 딸아이가 목이 너무 아프다며 운다. 아파하는 딸을 보니 내 맘이 미어진다. 일단 억지로 삼계죽을 주었다.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먹이려면 조금이라도 밥을 먹는 게 나을 듯싶었다.


  한두 숟가락을 먹더니 울렁거린다면서 토할 것 같단다. 잠시 후 울면서 토하는 딸을 보니 안 되겠다 싶었다.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링거라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라리 빨리 두줄이 나와 양성이 되어 빨리 확진이 되고 격리가 되고 그래서 빨리 해제도 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병원에 가서 다시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음성이면 링거를 맞추고 오든지, 그래도 음성이면 7만 원을 내고 PCR 검사를 하든지 말이다. 왠지 PCR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나올 것 같았다. 딸의 증상이 완전 오미크론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도 하는 말이 열이 나고 증상이 있는데 자가 키트는 음성이었다가 2,3일 후에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하아, 얼마나 코를 찔러대야 하는 것인지 이것도 정말 못할 짓이다 싶었다. 


  남편과 어찌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자기 방에서 엊그제 자가 키트 한 것을 가져오더니 희미한 두줄이 보인단다. 어제만 해도 자가 키트도 병원에서 했던 신속항원검사도 모두 한 줄 음성이었는데 희한하다 싶었다. 남편과 함께 같이 쳐다보니 진짜 희미한 줄이 하나 더 보였다.


  그래, 이거다 싶어 이걸 들고 보건소로 가기로 결정했다. 자가 키트가 두줄로 나오면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해준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우리는 혹시 모르니 자가 키트를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바로 선명하게 두줄이 보였다. 역시나 양성이구나. 차라리 속이 후련했다.


  남편과 딸아이는 그걸 들고 집 근처 보건소에 갔고 내 말대로 PCR 검사를 받았다. 남편도 보호자라 같이 PCR 검사를 받고 왔다. 결과는 내일 나오는데 확진이 확실해 보인다.


  다행히 딸아이는 보건소에 다녀온 후로 열이 처음으로 36도대로 떨어졌고 밥과 간식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목이 제일 아프다고 해서 약국에 다시 가서 목에 뿌리는 약, 빨아먹는 약, 가글 하는 약을 다 사 와서 딸아이에게 시켜주었다. 그리고 집에 있던 배도라지액도 먹이고 보리차도 먹이고 아이스크림도 먹였다.


  밤에 잘 때는 면 마스크를 쓰게 해서 목이 건조하지 않게끔 노력했고 가습기도 빵빵하게 틀어주었다. 낮에는 소금 가글도 몇 번씩 해주었고 자기 전에는 약국에서 사 온 가글을 하고 잠들게 했다.


  딸아이와 6살 둘째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했다. 딸아이는 자기 방에 웬만하면 있게 하고 둘이 붙지 못하게 노력했다. 어린 둘째가 걸리면 본인도, 남편과 나도 너무너무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차라리 딸과 같이 빨리 확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확진되었던 친구들 하는 말이 아이들이 다 걸리고 나서 마지막에 부모들이 걸리는 게 제일 좋단다. 그래야 먼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으니 말이다.


  제발 둘째만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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