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초등 때부터 찐친인 소꿉친구들 7명이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친해져 교회도 다 같이 다닌 친구들인데 그중에서 나를 포함해 4명이 만남을 가졌다.
20대 초반까지 같은 동네에 살다가 결혼을 하고 나니 뿔뿔이 다 흩어져 살게 되었고 나와한 친구만 둘째가 아직 유치원생이라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특히나 둘째가 6살로 제일 어린 나는 더더욱 친구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이다.
그나마 겨우 얼굴을 보는 시간은 우리 친구들의 경조사, 특히 장례식장에서 잠깐 보는 게 다였다. 하지만 단체 톡방에서 항상 수다를 떨다 보니 멀리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늘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한창 인기였던 드라마인 서른아홉을 본 친구들이 안 되겠다며 빨리 만나자고 했다. 곁에 있을 때 건강할 때 무조건 자주 보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약속을 급하게 잡고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과 만나기 전날부터 나는 흥분이 되고 기대가 되었다. 오랜만에 얼굴에 팩도 하고 마사지 크림도 바르고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도 했다. 봄이니까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갈까 하다가 불편한 구두까지 신을 생각을 하니 그냥 롱 원피스에 레깅스 같은 연한 꽃무늬 바지를 입고 쟈켓을 걸쳐 입고 화장도 했다.
다음날 친구 한 명이 나를 태우고 인천 송도까지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인천에 두 명의 친구가 사는데 한 친구가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라 카페에서 먼저 만나다가 어린이집 교사인 친구가 합류하기로 했던 것이다.
진짜 몇백 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인지. 나를 태우러 온 친구는 그나마 한 시간 거리의 사는 친구라 작년에 보았지만 다른 두 친구는 5,6년 만에 보는 터였다. 친구들을 보자마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뻔했다. 근데 진짜 신기한 건 5,6년 만에 본 게 아니라 몇 달 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
전화통화도 하고 단체 톡방에서 매일매일 아무 때나 항상 수다를 떨어서인가보다. 아무튼 우리는 친구 카페에서 1차로 수다와 브런치, 2차로 식사, 3차로 또 카페를 가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집에서 10시 반에 출발해서 12시에 만난 우리는 3차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8시가 되었다. 정말 헤어지기 싫었지만 나만 집에서 전화가 계속 온다. 둘째 6살 아드님이 엄마는 왜 안 오냐, 엄마 어디 갔냐, 엄마 보고 싶다며 5분마다 남편을 괴롭힌단다.
친구들은 더 있다 가라고 했지만 지치고 힘들어 기절할지도 모를 남편을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어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고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영혼이 나가 있는 얼굴을 하고 있고 둘째는 나를 보자마자 엄마 어디 갔다 오냐, 왜 이리 늦게 왔냐며 울먹인다. 6살인데, 아빠도 있고 누나도 있는데 아직도 엄마 타령이냐. 욘석아. 엄마가 5,6년 만에 친구를 만나고 왔단 말이다. 에혀. 빨리 커라, 아들아. 똑같이 갚아줄 테다. 흥칫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