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12살 큰 딸아이와 아침부터 바지를 가지고 실랑이를 했다. 매일 아침, 학교에 입고 갈 상의를 다림질해주는데 오늘 딸이 고른 상의에는 몸에 좀 붙는 스키니한 청바지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고른 청바지를 입으라고 했더니 싫단다. 요즘은 통으로 된 청바지만 입고 다니길래 한 말이었다.
딸아이는 키도 크고 마른 편이라 뭐든 잘 어울리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스키니 청바지를 주로 입더니 올해부터는 통으로 여유 있는 루즈한 바지만 입고 다닌다.
스키니 청바지를 근래에 새로 산 것도 있고 입지 않으면 또 작아져서 주변 지인들에게 줘야 하니 아깝다 싶어 가끔씩 입으라고 아니 오늘만 입으면 안 되냐고 다시 말했다. 그랬더니 입을 쭈욱 내밀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6살 둘째의 등원 준비하느라 안방 화장실에 있었는데 딸아이가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와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
"엄마, 안 입으면 안 돼?"
"휴.. 그래. 알았어. 네가 입고 싶은 거 입어."
딸아이는 그냥 그 청바지를 입은 채 눈물을 닦으면서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잠시 후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고 싶은 바지로 갈아입고 가지 왜 그냥 갔냐고 말이다. 엄마가 입고 가래서 그냥 입었다는 딸아이. 앞으로는 엄마가 옷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기분 좋게 학교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딸아이가 사춘기인 건 알겠는데 이게 그렇게 펑펑 울 일인가. 원래도 눈물이 많은 딸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아침부터 나도 기분이 안 좋다. 둘째까지 등원을 시킨 후 절친 친구들 단체톡으로 아침에 있었던 딸과의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하는 말.
'네가 잘못했네.'
'사춘기 애를 왜 건드려?'
'지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 둬.'
'제일 예민할 때야.'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내가 잘못한 거였구나. 대부분 중고등 자녀들의 학부모인 6명의 친구들이 한결같이 말하니 나는 깨깽거릴수밖에. 좋은 엄마되기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