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예인 인스타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고 왔다. 연기자 부부의 안타까운 뉴스를 듣고 나서였다. 나처럼 오랜 시간 아기를 기다리다가 유산을 겪은 부부이기도 하고 평소에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 이쁜 사람들이라 늘 응원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유산을 두 번 정도 겪고 다시 임신을 해서 막달의 몸으로 티브이에 나온 두 부부의 모습을 보고 내가 임신한 것처럼 얼마나 기뻤던지. 건강하게 출산했다는 뉴스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뱃속 아기가 출산 2주를 남기고 잘못되었다는 글을 보자마자 너무나 속상하고 슬퍼서 멍해버렸다. 그 피눈물이 나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첫째를 갖기까지 인공수정, 시험관등 20번도 넘는 시술을 했고 그중에서 6번의 유산을 했다. 자연임신이 안된다고 해서 시술을 했는데 임신은 잘되지만 유지가 안돼서 임신 7,8주 전에 모두 유산이 되었다.
첫 번째 유산을 했을 때는 그래도 울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아기가 약해서겠지.' 라며 다음에는 잘 될 거라고 믿고 무던히 잘 넘겼는데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유산 때는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도 크고 우렁찬 아기의 심장소리까지 들었는데 일주일 후 심장이 멈춰 소파수술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 후 결혼 6년 만에 마지막 시험관으로 첫째 딸아이를 만나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고 다시 6년 후 자연임신으로 둘째 아들까지 생겨 6살 유치원생이다.
두 아이를 만나면서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잊지 못할 두 명의 임산부가 있다. 첫 번째 임산부는 힘들게 가진 첫째 딸아이를 출산하는 날, 내 옆쪽에 몇 개 떨어진 침대에 있던 예비엄마였다. 나는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출산 대기실에 누워 있었는데 그 침대에 있던 임산부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내가 다닌 병원의 출산 대기실은 침대가 여러 개 있고 침대 사이로 커튼으로만 가려져 있어서 말소리들이 잘 들리는 그런 구조였다. 진짜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며 누워 있다가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출산할 기미가 나오면 바로 옆 수술실로 들어가는 곳이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렸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임산부가 임신 20주에 양수가 터져 응급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아기 주수가 한참을 모자라고 양수는 터져서 없으니 아기가 잘 못 되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랍고 안타까웠다. 아기 엄마도, 아기도 너무나 불쌍하고 슬퍼서 그냥 속으로 기도만 계속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두 번째 임산부는 기적같이 자연임신으로 둘째를 임신하고 20주부터 조산기가 심해 병원에 3개월 이상 입원하고 있을 때 알게 된 임산부였다. 나는 조산기가 심해 장기 입원해야 해서 다인실에 있었는데 1인실에 나처럼 조산기로 입원해 있는 임산부가 있었다.
어느 날 병원 분위기가 이상하게 어수선하고 간호사들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입원해 있으면서 친해진 간호사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그 1인실에 있던 임산부가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뱃속 아기가 갑자기 심장이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전날까지도 건강하게 잘 있던 아기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었다니 나는 너무나 놀랍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 임산부가 얼마나 속상하고 슬플지 알기에 바로 가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간호사들조차도 계속 울기만 한다는 그 임산부의 얼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서로 그 병실에 들어가는 걸 꺼려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조산기로 입원을 하면 하루에 기본 세 번씩 또는 그 이상만큼 뱃속 태아의 심박수를 체크하는 검사를 한다. 그 1인실에 있던 임산부도 전날 전 녘까지만 해도 아기의 심박수가 정상이었는데 다음날 오전에 밤에 태동이 잘 안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에 검사를 해보니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고 있었다고.
다 키워놓은 아기였는데, 바로 수술을 했더라면 아기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왜 뱃속 아기는 갑자기 심장이 멈추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쓰리고 마음이 미어진다. 나중에 간호사들에게 들은 말로는 검사를 해보았는데 원인불명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날 이후 나처럼 입원해 있는 조산기의 산모들의 태아 심박 검사를 더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도 조금이라도 태동이 안 느껴지면 태아 심박 검사를 해달라고 자주 요청을 했다.
아기가 뱃속에 생긴다는 것, 아기를 열 달 동안 잘 유지하는 것, 아기를 출산한다는 것, 그래서 아기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나게 큰 일이고 신의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아무쪼록 두 부부가 마음껏 울고, 몸도 마음도 잘 추슬렀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강하고 튼튼한 아기가 또 빨리 생겨 열 달 꽉 채운 이쁜 아기를 만나기를 기도해본다.